▲ 지난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가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형과 동생이 크게 다쳤다. 화재 사고는 형제가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화재가 난 집안 싱크대 모습.
뉴스1
초등생 형제, 실수로 불…중화상 입어
이웃 주민들 2년 전부터 3번 방임신고
코로나19로 미뤄진 상담 앞두고 사고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는 바람에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와 관련해 이웃 주민들은 화재 발생 전에도 여러 차례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인천시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갑) 의원실에 따르면 형제의 어머니 A(30)씨가 아들 B(10)군과 C(8)군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한다는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것은 2년 전인 2018년 9월 16일이다.
취약계층 아동 지원 기관인 미추홀구 ‘드림스타트’는 A씨와 아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고,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집안 내 청소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지난해 9월 24일 두 번째 신고에 이어 지난 5월 12일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가 아이들을 구타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어도 가정 내 청소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데다 아이들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사례가 종종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방임 학대 건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5월 29일 인천가정법원에는 A씨와 아이들을 격리해 보호하는 방향으로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 8월 27일 격리보다는 심리 상담이 바람직하다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고 이런 내용의 법원 명령문도 지난 4일 보호전문기관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A씨는 1주일에 1차례씩 6개월간 전문기관 상담을 받고, B군 형제는 12개월간 상담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법원 판결 후 첫 상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B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미추홀구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일으켰다. 이들은 4층 빌라 중 2층에 있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말한 빌라 이름이 같은 동네에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하고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 사고로 B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고, C군은 5%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위중한 상태다.
이들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학교에서는 희망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A씨는 돌봄교실 이용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 A씨가 B군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현재 B군 형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는 일단 아이들의 원활한 치료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A씨가 병간호 기간에 병원 근처 모텔이나 원룸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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