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후 현실 정치와 선 그어
“좋지 않은 모습 없을 것” 자신감 피력민주 “격 없고 진솔… 분명한 원칙 확인”
한국 “방향·비전 없이 내 식구 편들기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2020.1.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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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임기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나’라는 물음에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집권 4년차지만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때 이른 질문임에도 문 대통령이 고민하지 않고 선뜻 답한 점을 미뤄 볼 때 평소 속내를 털어놓은 듯했다. ‘동지’이자 ‘친구’이며 5년 가까이 보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퇴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귀향(경남 김해 봉하마을)했던 것과도 겹쳐진다. 문 대통령도 퇴임 뒤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돌아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정치와 연관을 계속 갖는다든지 하는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생각을 별로 안 해 봤지만, 대통령이 끝난 뒤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수감됐던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앞서 지난해 9월 국가기록원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나는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 당혹스럽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회견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격 없고 진솔했다”고 호평했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게 나타났고, 검찰 문제 해결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의지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검찰 인사, 조국 사태, 협치 실종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내 식구 편들기’ 식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안신당 최경환 대표는 “경제, 남북 관계, 내치 모두 확고한 방향·비전이 없어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이종철 대변인은 “‘조국 전 장관의 고초를 생각해 놓아줬으면 한다’는 말은 지난 수개월간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고통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한 민심과의 괴리가 엿보인다”고 했다.
전문가 평가도 나뉘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언론 평가에 따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한 차원 깊은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면한 국가적 난제는 없는 편이라, 검찰개혁 등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자신감 있게 답했다”면서도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경제 회복인데, 가슴이 뻥 뚫릴 만한 청사진 제시는 없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분야도 잘 풀리는 게 없다 보니 각오를 다지는 원론적 이야기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1-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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