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탄핵 동참에 당혹스런 靑
靑 “상황 지켜보겠다” 고심 속4월 이전 퇴진·즉각 2선 후퇴 등
비박 회군시킬 ‘반전’ 담화 가능성
일각 “표결은 불가피… 헌재 주력”
청와대는 지난 3일 촛불 민심이 사상 최대 규모로 나타난 데 이어 4일 새누리당 비박근혜계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오는 9일 무조건 탄핵 표결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야당은 현재 협상을 거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비박계의 이날 입장 정리로 박 대통령은 벼랑 끝으로 몰린 형국이다.
비박계의 결정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박 대통령은 9일 이전에 즉각 퇴진을 선언해야 비박계의 탄핵 표결 참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현재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선언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박계의 이날 입장 정리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자”며 판단을 유보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회 탄핵 표결 이전에 네 번째 입장 표명으로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박계가 동요할 만한 발표로 ‘탄핵 전선’ 흐트러뜨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즉 구체적인 퇴진 시점을 밝힘으로써 비박계의 대오를 흔들고 보수층의 우호 여론을 유도하는 방안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비박계 내부 토론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한때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 때까지 기다리자”며 이의를 제기한 데다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전례가 있는 것도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허점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격앙된 민심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이 탄핵 표결 참여를 선언한 비박계에 그나마 회군(回軍)의 명분을 주려면 최소한 내년 4월보다 이른 시점의 퇴진 및 즉각적인 2선 후퇴 정도는 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렇게 된 이상 탄핵 표결을 감수하며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기류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탄핵 표결에 임박한 7일 또는 8일쯤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리 입장을 밝혀 비박계에 정신을 추스를 시간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1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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