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탄도미사일 도발… 물밑선 북미 대화 ‘접촉’

北 또 탄도미사일 도발… 물밑선 북미 대화 ‘접촉’

임일영 기자
입력 2019-07-31 22:48
수정 2019-08-01 02: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뉴스 분석] 엿새 만에… 低고도 단거리 2발 발사

軍 “고도 30㎞, 비행거리 250㎞ 추정”
성능시험·한미훈련 불만·美양보 압박

북미, 지난주 판문점 비밀 접촉 공개
폼페이오도 확인… 北 “곧 실무 협상”
이미지 확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31일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두 발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엿새 만이다. 북한은 지난 5월에도 4일과 9일, 닷새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23~24일쯤 판문점에서 비밀 접촉한 사실이 이날 공개되면서 막후에서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진전이 없던 비핵화 실무대화 재개 논의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북한이 저강도에 해당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이 이에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점도 양측이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합참은 “오전 5시 6분과 27분쯤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포착했다”며 “탄도미사일 고도는 약 30㎞, 비행거리는 약 250㎞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두 발 모두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됐다. 군은 북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참관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25일과 유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KN23은 고도 50여㎞에 비행거리 600여㎞로 분석됐다.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주일 새 두 번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과 접촉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관계자는 “조만간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접촉은 지난 23~25일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기간 이뤄졌으며 장소는 판문점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NSC 고위 당국자가 접촉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판문점 회담 기념사진 등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동행한 매슈 포틴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나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 등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접촉을 확인했다. 그는 “북미 정상이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몇 주 안에 (실무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조금 더 걸리고 있다. 이뤄져야 할 예비작업이 조금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한편 ▲8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신형 미사일 성능 보완 ▲군부 등 내부결속 도모 등을 의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훈련을 구실로 실무협상 재개 전 저강도이자 유엔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무기를 테스트한 것”이라며 “북한의 대화 의지는 여전하고 미국도 관리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내부 결속과 신형 미사일 보완, 미국에 대한 압박과 함께 남측을 위협할 다양한 미사일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서라는 주문”이라고 했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08-01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