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력 완성’ 선언 왜
한·미의 대화 전제조건 일축고강도 도발로 국면 전환 시도
“美 반발 본 뒤 다음 행동할 것”
재진입 기술 없어 대외용 분석
북한이 29일 새벽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화성 15형 미사일 발사를 지시하는 ‘친필 명령’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는 이날 중대보도를 통해 이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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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선언은 ‘대외 협상’을 고려한 전략적 선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화성15형 발사로 볼 때 북한의 운반체 기술은 고도로 발전했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확증되지 않아 완전한 핵무기 전력화를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은 북·미 ‘말폭탄 대결’이 이어지던 지난달에는 ‘태평양상 수소탄 실험’을 예고했다. 북한 스스로도 진일보된 핵무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발사 시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아직 이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이 70여일간의 침묵을 깬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건 대미(對美) 전략을 둘러싼 내부의 고민이 끝났다는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도발을 자제하자 외교가에서는 도발 중단 60일을 전후해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 나왔다. 그러나 60일이 지난 시점에 미국 측은 “북한이 도발을 멈춘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압박을 지속했다.
북한 역시 이에 맞서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 역시 입장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강도 도발로 핵능력을 입증해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당분간 도발보다는 협상을 요구하며 국면 전환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바로 도발을 한다고 보긴 쉽지 않다”면서 “미국의 반발, 압박 수준 등을 본 뒤 다음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7-11-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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