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 정점서 추락한 ‘2인자’ 최룡해의 운명은

北 권력 정점서 추락한 ‘2인자’ 최룡해의 운명은

입력 2014-05-03 00:00
수정 2014-05-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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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치국장서 당비서로 좌천…재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장성택 숙청 후 북한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위세를 떨쳤던 최룡해가 결국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최룡해의 좌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따른 문책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북한 매체 보도날짜) 제681군부대 관하 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면서 싸움준비가 잘 안돼 있다며 군 정치간부들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사실상 군 총정치국장이던 최룡해를 겨냥한 질책으로 볼 수 있다.

이 훈련 참관 직후 김 제1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고 최룡해 해임과 황병서 후임을 전격 결정했다.

더욱이 앞서 지난달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최룡해가 불과 보름여 만에 전격 해임됐다는 점에서 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 참관이 최룡해의 해임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상의 이유가 됐든, 업무상의 이유가 됐든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김 제1위원장이 훈련 미비를 이유로 최룡해를 좌천시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주변에 대한 의심이 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룡해의 커지는 영향력과 장악력을 우려해 점진적으로 밀어내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룡해는 사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개인적으로 인연은 별로 없었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빨치산 동료이자 김정일 후계체제에 충성했던 부친 최현의 후광으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로 활약했지만, 1998년 부패한 청년동맹 간부를 대거 처형한 이른바 ‘청년동맹 사건’으로 해임됐다.

2006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가 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한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되면서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고, 이 과정에서 처형된 장성택과 의 인연이 그 후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 부위원장, 차수, 총정치국장 등 노동당과 군부의 고위직을 모두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이번 문책으로 미끄럼을 타게 됐다.

총정치국장을 황병서에게 내준 최룡해는 2일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석하에 열린 강원도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준공식에서 노동당 비서로 소개됐다.

2012년 4월 김정은 정권 출범과 함께 차수 계급장을 달고 군을 통제하는 최고 핵심 자리인 총정치국장에 올랐으나 2년 만에 당비서로 좌천된 것이다.

그가 이번 행사에서 준공사를 한 점으로 미뤄 근로단체 담당 비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0년 9월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맡았던, 총정치국장에 오르기 이전 직책으로 밀려난 셈이다.

최룡해의 공식 서열도 후퇴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황병서 신임 총정치국장과 김기남·최태복 비서 다음에 호명됐다.

최룡해가 총정치국장 재임시 겸직했던 국방위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물러났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는다.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데다 공식 서열에서 밀렸다는 점에서 다른 직책을 유지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룡해는 이날 야영소 준공식 행사에서도 황병서가 군복을 입고 등장한 것과 달리 다른 당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사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한편 김정은 체제 들어 군 장성들의 계급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룡해가 다시 힘을 충전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도 여전히 주목거리다.

정통성이 부재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최룡해가 북한에서 ‘충신의 전형’으로 소개되는 최현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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