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거세’됐지만 ‘백두혈통’ 감안 가택연금될 듯
북한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모습이 기록영화에서 삭제됨으로써 사실상 정치적으로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北, 기록영화서 김경희 모습 삭제
북한이 지난해 처형한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의 모습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오후 김 제1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건립 업적을 다룬 기록영화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를 재방송하면서 김 비서가 나왔던 장면을 빼고 기존에 없던 다른 화면으로 대체했다. 사진은 김 비서(위 붉은 원안)의 모습이 포함돼 있던 지난해 12월 13일 기록영화 첫 방송분과 김 비서가 없는 다른 화면으로 대체한 지난 15일자 재방송분(아래) 비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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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최고권력자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중대범죄로 처형된 고위인사는 기록영화나 각종 발행물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이었던 김성애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 각종 영상과 발행물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일부 책자에는 김성애의 사진을 없애고 그 자리를 흰색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김성애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영일의 친모로 당시 김정일 의 최대 정적이었다.
또 북한은 1969년 김창봉 당시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총정치국장을 숙청하고 그들이 나온 이른바 ‘1호 사진’에 까만 먹칠을 한 뒤 재배포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도 북한에서 공개되는 모든 사진과 영상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김경희 당비서가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가 작년 9월 이후 공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 당비서가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탈락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그가 맡아온 경공업 부문 기관 수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계룡 경공업부장은 대의원에서 탈락했고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 내각 인선 소식을 전하면서 경공업성의 상만을 제외하고 발표했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그동안 노동당 계획재정 담당 비서가 맡아온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에 오수용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가 선출되면서 곽범기 당비서가 김 당비서가 담당하던 업무를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김경희 당비서의 정치적 거세는 최근 이어지는 장성택 측근 세력 제거작업의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북한은 최근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와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리병삼 인민내무군 정치국장 등을 해임했다. 이들은 모두 장성택과 친분이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틀만인 작년 12월 14일 발표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김씨 가문인 김경희 당비서의 이름도 올려 건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경희 당비서가 남편의 처형에 지속적으로 반발하자 북한 당국이 결국 정치적으로 거세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올해 27세에 불과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공식 공개한 것도 김 당비서의 공백을 메우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당비서가 기록영화에서 모습이 사라지는 정치적 처벌을 받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장성택처럼 처형되는 물리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남편인 장성택이 국가내란음모죄로 처형됐지만 김경희 당 비서가 김일성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친여동생으로 ‘백두혈통’ 가계라는 점에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당뇨와 알코올 중독 등 지병이 심해지면서 거동이 불편한 김 당비서에 대해 굳이 물리적 처벌을 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경희 당비서가 정치적으로 거세된 상태에서 가택연금 등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김경희가 김씨 가문의 적통이고 처형을 했을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해 퍼질 반감 등을 고려해 장성택처럼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만큼 대외활동을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가택연금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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