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당국 거절…유엔 조사 등 회피 목적인 듯
북한이 미신고 무기를 운반하다 파나마에 억류된 선박과 관련해 파나마 정부에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조사 및 제재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쿠바 아바나의 북한 대사관은 지난 9일 파나마 정부에 보낸 구두 친서에서 ‘청천강호’ 사건을 외교적으로 풀기를 원한다면서 파나마 당국에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미국 마이애미해럴드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파나마는 ‘이 문제는 유엔 소관’이라며 북한의 요청을 거부했다.
청천강호는 쿠바에서 북한으로 가던 중 지난달 파나마 운하에서 억류됐다. 배에서는 쿠바산 황설탕 화물 아래에 소련 구형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부품, 유탄발사기 실탄 등 미신고 무기가 대거 발견돼 유엔 전문가단이 곧 진상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북한은 현재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수입을 막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고 있다. 배로 무기를 밀반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북한은 이 사건으로 추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유엔 전문가단은 오는 16일까지 적재 무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늦어도 이번 달 말까지는 제재 위반 여부에 관한 경과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한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대사관은 애초 억류 선원 35명에 대한 영사 업무를 이유로 외교관 2명의 파나마 입국을 요청했으나 갑자기 이 외교관들이 청천강호 조사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입국을 거부당했다.
파나마 당국은 미신고 무기로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 등으로 북한 선원들을 기소한 상태다.
익명의 파나마 당국자는 미국 마이애미의 스페인어 일간지 엘누에보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파나마 보안부가 다루는 문제인 데다 유엔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만큼 (양국 사이의) 외교적 해법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유엔 조사가 끝나도 추가 대북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소형화기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금수조치 위반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쿠바가 보유한 노후 무기를 자국에서 수리해 반납할 예정이었다면서 무기 밀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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