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中방문 당시 설립 권고
개성공단 설립 과정에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의 제3세대 지도부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주중 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펴낸 저서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제2편에서 남북 공단을 개성에 설립할 것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조언한 사람이 장쩌민 전 주석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방중(2000년 5월 29~31일) 당시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중국 지도자 7명을 모두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공단 부지로)38선 부근 지역의 개성을 선정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의 조언을 들은 김 위원장은 “매우 일리가 있다”며 2000년 8월 9일 정몽헌 현대 회장 등을 북한으로 불러 개성을 공단후보지로 전격 제안했다.
중국 방문 전까지 김 위원장은 공단 후보지로 중국 단둥(丹東)과 인접한 신의주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 측은 서울·인천과 공단개발을 연계하기 위해 가까운 황해남도 해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정일-정몽헌 만남에 배석했던 참석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김 위원장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개성은 북한군 주력부대가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워질 뻔한 공단 부지 협상은 김 위원장이 먼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
김 전 대사는 “개성공단이 설립된 다음 중국 측이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 측 조언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한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4-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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