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北 강경행보…막강 컨트롤타워 부재 탓(?)

출구없는 北 강경행보…막강 컨트롤타워 부재 탓(?)

입력 2013-04-11 00:00
수정 2013-04-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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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강경대외정책 주도…장성택 목소리 못 내”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몇 개월째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런 ‘출구전략’ 없는 강경 행보의 배경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내 ‘국정운영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정전협정 백지화,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 ‘1호전투근무태세’ 지시,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의 철수 요구,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 등 쉴새 없이 강경 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단 현재의 잇따른 강경 조치는 북한 군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선군정치’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한 군부는 김 위원장의 와병 속에서 더욱 세를 불렸고 김정은 체제에서는 사실상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의 이런 행태는 1인 지배의 강력한 통치권을 바탕으로 강온 양면의 대외정책을 펼쳐온 김정일 위원장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김 위원장도 집권기간 벼랑 끝 전술에 기반한 강경정책을 펴곤 했지만 군부와 각 부처의 역할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정하며 국면을 조절해왔다.

군부와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했던 김정일은 대외정책은 외무성, 남북관계는 통일전선부, 군사문제는 군부에 각기 주도권을 주면서도 자신의 최종 결정권을 바탕으로 중요 사안에서 군부의 강경 주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일 때와 달리 어린 나이에 정치적 경륜과 경험도 부족한 김정은 체제에서는 군부의 강공 드라이브를 제어할 인물이나 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11일 “김정일 체제에서는 김 위원장이 강력한 독재 리더십을 바탕으로 군부의 강경입장과 외무성의 유화 제스처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군부가 어린 김정은을 내세워 대외정책 전반을 주도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군부의 독주는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의 성공에 힘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견인으로 국정 전반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상대적으로 군부에 대한 장악력이 미약한데다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공으로 입김이 세진 군부에 밀리면서 군부의 결정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박봉주 내각 총리를 선임하는 등 경제난 해소와 경제발전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가 유화적 정책결정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개성공단도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의 반발을 물리치고 공단을 조성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한 내 지도부가 군부의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은 내각으로 들어가 경제발전에 절실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장 부위원장이나 그의 최측근인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도 잘 알고 있지만 군부의 위세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군부로도 자금이 유입되던 금강산 관광사업과 달리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은 대부분 내각을 통해 경제발전에 사용됐다”며 “장 부위원장 등은 개성공단 중단조치가 매우 아쉬웠을 것이지만 군부의 강경 주장에 눌려 다른 입장을 피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런 군부 강경 행보의 선두에는 군 서열상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이어 2인자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통 군인과는 거리가 먼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는 군부 장악을 위해 그들의 강경한 목소리에 편승해 강경일변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룡해의 이같은 행보는 정치적으로 자신을 키워준 장 부위원장과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3차 핵실험의 경우 장성택은 중국의 압박과 투자유치의 어려움을 내세워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최룡해는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군 원로 간부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강경 입장에 합세해 핵실험이든 무엇이든 강경 행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에 강경한 태도로만 맞서기보다는 장 부위원장 등 북한의 유화적인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유연한 대북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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