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는 항상 ‘반전의 반전’ 사례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극적인 뒤집기 사례가 광역선거구 등에서 많았다. 명승부전은 한나라당 오세훈 호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간의 서울시장 선거 개표전. 한 후보가 수천표 차로 앞서 가던 개표방송을 보다 잠자리에 들었던 시민들은 아침 오 후보가 근소한 차로 뒤집은 개표방송을 보면서 ‘선거전 묘미’를 김장감 속에서 즐겼다. 제주도에선 무소속 현명관 후보가 무소속 우근민 후보에 줄곧 앞서다 막판 추격을 허용,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화보] 당선자들 환희의 순간
●엎치락뒤치락 피말린 서울시장 개표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오 후보의 안정적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2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오세훈(49) 47.4%, 한명숙(66) 47.2%로 나타나면서 피 말리는 득표전은 시작됐다.
개표 초반에는 오 후보의 리드가 눈에 띄었다. 밤 8시50분 개표율 0.2%인 상황에서 오 후보가 한 후보를 10.6%포인트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밤 9시 이후부터 한 후보의 추격세에 불이 붙었다. 급기야 오후 10시20분 개표율이 4.0%인 상황에서 한 후보가 2.7%포인트 차로 오 후보를 앞서자 승기가 한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한 후보는 5시간 넘게 선두를 달렸다.그렇지만 오 후보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아 3일 새벽에는 오 후보가 0.05%포인트 격차로 바짝 뒤를 쫓는 등 좀처럼 보기 힘든 ‘개표 드라마’는 이어졌다.
패색이 짙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국민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입장을 밝혔고,승리를 예단한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이라고 논평하는 등 섣부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는 자정께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당선이 희망적”이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고,오 후보는 새벽 1시께 캠프 사무실을 찾아 “패색이 짙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3일 오전 4시20분께 반전이 이뤄졌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오 후보가 개표율 70% 후반에 이르자 소수점 이하의 근소한 차이로 한 후보를 제치고 앞서 나갔다.
한나라당 텃밭인 서초에서 개표기 고장으로 중단됐던 개표가 재개되면서 오 후보를 향한 표가 쏟아져 나왔다. 오 후보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한때 2000표 정도로 격차를 좁혀온 한 후보의 막판 추격전을 뿌리친 오 후보는 오전 7시가 훨씬 넘어 당선을 확정지으며 피 말렸던 ‘10시간의 개표 드라마’를 끝냈다.
●제주지사 개표 막판 대역전 드라마
무소속 우근민(67·전 제주지사) 후보와 무소속 현명관(68·전 삼성물산 회장) 후보가 맞붙은 제주지사 선거는 개표 막판에 가서야 전세가 역전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개표 직전까지는 우 후보 진영의 분위기가 좋았다.
2일 오후 6시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지지율이 우 후보 42.0%,현 후보 40.8%로,YTN이 발표한 예측 조사에서도 우 후보 41.0%,현명관 후보 39.6%로 우 후보가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예측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현 후보가 줄곧 우 후보를 앞서 나갔다. 현 후보는 계속 상승세를 타 개표율이 70%대 초반에 이르렀을 때는 4900여표까지 표 차가 벌어졌다. 현 후보 진영은 거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개표율이 7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득표 차가 좁혀지더니 개표율이 94%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가 역전됐다. 우 후보의 고향인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에서 몰표가 나오고,애월과 한림 등 옛 북제주군 지역에서 현 후보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현 후보 진영은 긴장감이 팽팽했고,우 후보 진영은 미소가 돌았다.
2일 밤 1시가 지나면서 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현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패배를 자인한 듯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하나 둘 자리를 빠져나갔다.
우 후보는 이날 밤 1시 40분께 완료된 개표에서 전체 유효투표(26만7103표)의 41.40%인 11만588표를 얻어 10만8336표(40.55%)를 얻은 무소속 현 후보를 2252표 차로 따돌렸다. 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캠프에는 수많은 지지자가 몰려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도서 한나라 참패…지역 정가 요동 전망
2006년 경기도 지방선거에서 거의 모두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김문수 도지사의 재선에 성공했을뿐 31곳의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10곳에서만 승리하는데 그쳤고 112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36명 당선에 머물렀다. 특히 도의원은 부천과 안산,안양,시흥,광명 등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시장·군수 선거에서 20곳, 도의원 선거에서 71석을 차지해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그동안 절대 다수를 차지해 온 도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도 잃게 됐다.
한나라당은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31명의 시장·군수 가운데 27명,108명의 도의원 전원을 차지했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2002년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도 24곳의 시·군 단체장을 배출, 4곳 승리에 그친 민주당을 압도한 바 있다.
김 도지사 당선자가 예상과 달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4.4%포인트의 작은 득표차를 보인 것도 한나라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간 힘의 중심추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야당으로 급속히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향후 4년간 도의회 및 시군과의 업무 협조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보] 당선자들 환희의 순간
환호하는 오세훈 당선자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자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자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엎치락뒤치락 피말린 서울시장 개표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오 후보의 안정적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2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오세훈(49) 47.4%, 한명숙(66) 47.2%로 나타나면서 피 말리는 득표전은 시작됐다.
개표 초반에는 오 후보의 리드가 눈에 띄었다. 밤 8시50분 개표율 0.2%인 상황에서 오 후보가 한 후보를 10.6%포인트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밤 9시 이후부터 한 후보의 추격세에 불이 붙었다. 급기야 오후 10시20분 개표율이 4.0%인 상황에서 한 후보가 2.7%포인트 차로 오 후보를 앞서자 승기가 한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한 후보는 5시간 넘게 선두를 달렸다.그렇지만 오 후보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아 3일 새벽에는 오 후보가 0.05%포인트 격차로 바짝 뒤를 쫓는 등 좀처럼 보기 힘든 ‘개표 드라마’는 이어졌다.
패색이 짙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국민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입장을 밝혔고,승리를 예단한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이라고 논평하는 등 섣부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는 자정께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당선이 희망적”이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고,오 후보는 새벽 1시께 캠프 사무실을 찾아 “패색이 짙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3일 오전 4시20분께 반전이 이뤄졌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오 후보가 개표율 70% 후반에 이르자 소수점 이하의 근소한 차이로 한 후보를 제치고 앞서 나갔다.
한나라당 텃밭인 서초에서 개표기 고장으로 중단됐던 개표가 재개되면서 오 후보를 향한 표가 쏟아져 나왔다. 오 후보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한때 2000표 정도로 격차를 좁혀온 한 후보의 막판 추격전을 뿌리친 오 후보는 오전 7시가 훨씬 넘어 당선을 확정지으며 피 말렸던 ‘10시간의 개표 드라마’를 끝냈다.
●제주지사 개표 막판 대역전 드라마
무소속 우근민(67·전 제주지사) 후보와 무소속 현명관(68·전 삼성물산 회장) 후보가 맞붙은 제주지사 선거는 개표 막판에 가서야 전세가 역전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개표 직전까지는 우 후보 진영의 분위기가 좋았다.
우근민, 제주지사 당선 환호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무소속 우근민 후보 부부가 화환을 목에 걸고 지자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무소속 우근민 후보 부부가 화환을 목에 걸고 지자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2일 오후 6시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지지율이 우 후보 42.0%,현 후보 40.8%로,YTN이 발표한 예측 조사에서도 우 후보 41.0%,현명관 후보 39.6%로 우 후보가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예측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현 후보가 줄곧 우 후보를 앞서 나갔다. 현 후보는 계속 상승세를 타 개표율이 70%대 초반에 이르렀을 때는 4900여표까지 표 차가 벌어졌다. 현 후보 진영은 거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개표율이 7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득표 차가 좁혀지더니 개표율이 94%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가 역전됐다. 우 후보의 고향인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에서 몰표가 나오고,애월과 한림 등 옛 북제주군 지역에서 현 후보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현 후보 진영은 긴장감이 팽팽했고,우 후보 진영은 미소가 돌았다.
2일 밤 1시가 지나면서 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현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패배를 자인한 듯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하나 둘 자리를 빠져나갔다.
우 후보는 이날 밤 1시 40분께 완료된 개표에서 전체 유효투표(26만7103표)의 41.40%인 11만588표를 얻어 10만8336표(40.55%)를 얻은 무소속 현 후보를 2252표 차로 따돌렸다. 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캠프에는 수많은 지지자가 몰려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도서 한나라 참패…지역 정가 요동 전망
2006년 경기도 지방선거에서 거의 모두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했다.
김문수 “한나라당, 시련 통해 더 성숙해야”
수원=연합뉴스
수원=연합뉴스
한나라당은 김문수 도지사의 재선에 성공했을뿐 31곳의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10곳에서만 승리하는데 그쳤고 112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36명 당선에 머물렀다. 특히 도의원은 부천과 안산,안양,시흥,광명 등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시장·군수 선거에서 20곳, 도의원 선거에서 71석을 차지해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그동안 절대 다수를 차지해 온 도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도 잃게 됐다.
한나라당은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31명의 시장·군수 가운데 27명,108명의 도의원 전원을 차지했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2002년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도 24곳의 시·군 단체장을 배출, 4곳 승리에 그친 민주당을 압도한 바 있다.
김 도지사 당선자가 예상과 달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4.4%포인트의 작은 득표차를 보인 것도 한나라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간 힘의 중심추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야당으로 급속히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향후 4년간 도의회 및 시군과의 업무 협조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