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정상 삶의 궤적 닮은 꼴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 행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역대 어느 정상들보다 공통점이 많다.
올해 초 함께 나란히 권좌에 오른 두 사람은 모두 정치 지도자의 2세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국정 기조나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생활 습관에서도 비슷한 점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양친을 모두 흉탄에 잃는 불운을 겪고 1979년 18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장기간 칩거 생활을 하다 1998년 정치에 입문했다. 박 대통령보다 한 살 어린 시진핑 국가주석도 대표적인 태자당(당·정·군 원로나 고위 간부의 자제) 출신으로 불운의 성장기를 겪었다. 고위 간부들의 집단 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의 실각에 이어 문화대혁명의 광풍까지 몰아치면서 16세가 되던 해에 산시(陝西)성 옌안(延安)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돼 7년간 토굴에서 밑바닥 생활을 경험했다. 1979년 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에 배치돼 당시 겅뱌오(耿?) 부총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이공계 출신으로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한번 산 물건은 닳아 해질 때까지 사용하는 박 대통령과 식당 종이 냅킨도 반으로 잘라 쓴다는 시 주석 모두 근검절약을 입에 달고 산다.
국정 기조에서도 유사점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연설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한 대목과 시 주석이 취임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엇비슷하다. 2005년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저장(浙江)성 당 서기 신분으로 서울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8년 만에 최고지도자가 되어 27일 베이징에서 재회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6-28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