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D 고든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 인터뷰
“북한 핵무기는 한국보다는 미국과 일본에 더 위협적이다.”제프리 D 고든(46)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북한은 너무 근접해 있어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하기는 힘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제프리 D 고든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서울신문과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인터뷰를 갖고 있다.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에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된 건가.
-북한 핵무기는 한국보다는 미국과 일본에 더 위협이 된다.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북한 입장에서 핵 공격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 수도권에 미사일로 핵 공격을 하려면 러시아 국경 근처까지 올라가서 발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한국의 패트리엇 요격 시스템이 북한 미사일을 북한 상공에서 폭파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되레 북한이 피해를 본다.
→북한이 휴전선 근처에서 핵미사일을 쏘면 어떻게 되나.
-부산 등 한국의 남단을 겨냥하는 경우인데, 역시 한국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면 방사능 낙진이 바람에 실려 북한 땅으로도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에 핵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핵무기는 생각만큼 사용이 쉬운 게 아니다.
→한국은 북한 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가.
-북한은 이미 휴전선에 배치한 수백 문의 장사정포만으로 충분히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핵보다 무서운 것은 장사정포다.
→장사정포는 막을 수 없나.
-동시다발적으로 쏘면 100%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북한이 쏘는 핵미사일 중 한 개라도 한국의 패트리엇 시스템이 놓치면 큰 재앙이 아닌가.
-핵미사일은 장사정포와는 다르다. 플루토늄, 우라늄 등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장사정포처럼 많이 만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쏘기 어렵다. 북한이 앞으로 핵미사일을 아무리 만들어봐야 5~6기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 정도는 한·미가 잡아낼 수 있다.
→미국의 핵우산은 한반도와 떨어져 있어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대응이 늦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긴 어렵다. 북한이 먼저 핵을 쏘더라도 곧이어 미국으로부터 핵으로 보복 공격을 당하게 되는데, 그때는 북한 정권 자체가 몰락하기 때문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
→한국 내 일각에서 한국도 핵무장을 하거나 미군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것은 불필요하다. 한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아직 20대인 김정은이 측근과 주민들에게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기 위해 비이성적인 도발을 할 우려가 있다. 북핵은 미군 핵우산만으로 막을 수 있다.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에 핵무기를 장착해 평양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미군은 북한을 다룰 수 있다.
→한국의 순항미사일이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잡아낼 수 있나.
-그렇다. 한·미·일 3국이 동해 근방에서 운용 중인 이지스함의 탄도미사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
→북한이 핵 도발 조짐을 보일 경우 선제타격도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그렇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발사대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의 위성 정보망에 포착된다.
→북한이 2016년쯤에는 워싱턴DC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가능하다. 그전에 미 서부 지역이 사정권에 들 수 있고 하와이는 더 빨리 사정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선제타격과 공중요격이 가능하다면 미국도 북한 핵미사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미 국방예산이 삭감 추세여서 문제다. 미군 전력이 약화되면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북핵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등 군사 옵션을 미국이 취할 가능성은.
-그건 힘들다. 미국이 공격하면 북한이 장사정포 등으로 인접한 한국에 보복공격을 할 것이고 수많은 사상자가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다르다.
→미군이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나.
-하와이의 PACOM에서 근무할 때 모의 군사작전(war game)에 투입되는 요원만 100명이 넘었다. 이들이 하루 14시간씩 1년 내내 쉬지 않고 하는 일이 상황별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것이다. 북핵 공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천, 수만 번도 더 했다. 그에 관한 자료만 이만큼(두 손으로 허공에 30㎝가량 책 두께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은 된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있나.
-물론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부터 심지어는 통일 후 북핵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매우 상세하게 시뮬레이션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사령부와 펜타곤(미 국방부) 등에서도 장군에서부터 영관급까지 계급별로 북한 관련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반도만 들어 있다.
→현 상황에서 한국군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절대 전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북한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북핵 감축에 비례해 전력 감축을 하는 식의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다시 연기할 필요성은.
-그럴 필요는 없다. PACOM에서 근무할 때 미군과 한국군의 지휘 협력관계를 체감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긴밀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해서 이런 협력관계가 깨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이 전작권을 갖는다면 “한국군은 미군의 애완견”이라는 북한의 선전공세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비핵화보다는 중동 등으로의 북핵 확산 방지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는데.
-물론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막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을 당장 바꾸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핵이 다른 곳, 특히 이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북핵에 대해 미국이 갖는 가장 큰 걱정은 북핵이 이란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두 번째 걱정이 미국과 동맹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것이다.
→선박 검색 등으로 북한의 핵 수출을 막을 수 있지 않나.
-펜타곤에서 일할 때 북한 항구를 떠난 배를 추적한 적이 있는데, 이 선박이 동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거쳐 중동에서 멈추더라. 검색해 보니 미사일이 나왔다. 이처럼 해상에서는 어느 정도 봉쇄가 가능하지만, 중국과 카자흐스탄 등 육로로 가는 밀수출은 상대적으로 막기 어렵다.
글 사진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2-1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