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여성임원들의 세계] “女 임원 늘려라” 워킹맘 근무환경 개선·리더십 교육 박차

[커버스토리-여성임원들의 세계] “女 임원 늘려라” 워킹맘 근무환경 개선·리더십 교육 박차

입력 2013-02-16 00:00
수정 2013-02-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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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女임원 육성 ‘비상’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성 임원은 가장 뜨거운 화두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 대기업에서는 ‘무조건 여성 임원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려 계열사마다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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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그룹에서 발족한 ‘W-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여성 리더십 워크숍’. 10년차 전후의 과장급 이상 54명이 참석해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SK 제공
지난해 SK그룹에서 발족한 ‘W-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여성 리더십 워크숍’. 10년차 전후의 과장급 이상 54명이 참석해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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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관리, 남성 중심 문화, 역할 모델 부재 등 직장 내 고민에서부터 결혼·출산, 자아찾기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올라 있는 워크숍 게시판.  SK 제공
경력 관리, 남성 중심 문화, 역할 모델 부재 등 직장 내 고민에서부터 결혼·출산, 자아찾기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올라 있는 워크숍 게시판.

SK 제공




여기에 외부영입이 아닌 공채 출신의 내부 승진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기업마다 ‘여성인력 풀(POOL)’이 빈약하다는 것. 과거 여성 채용이 적었던 데다가 결혼·출산·육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을 늘리는 묘수는 과장급 이상의 ‘중간관리층’을 두껍게 하는 일 외에는 없다. 기업들은 여성 인력의 중도이탈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 확대하고 있다. 한 여성 임원은 “민간 기업의 움직임이 미미하긴 하지만 지금이 여성 임원이 본격적으로 배출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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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린 롯데 첫 여성포럼에서 롯데마트 송승선(왼쪽 두 번째) 이사가 과장급 이상 여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고 있다.  롯데 제공
지난해 12월 열린 롯데 첫 여성포럼에서 롯데마트 송승선(왼쪽 두 번째) 이사가 과장급 이상 여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고 있다.

롯데 제공




여성 임원 육성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육아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전 사업장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의 경우 오전 6시~오후 1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을 근무하는 자율출근제를 시행 중이다. 서울과 성남시 분당 2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하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재택·원격근무제’ 또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인력 비중이 30%를 넘어선 유통기업들 사이에선 최근 자동육아휴직제 바람이 거세다. 롯데가 지난해 9월 여직원들이 출산 후 별도의 신청 없이 1년간 육아휴직을 자동적으로 쓸 수 있게 제도화하면서 시작됐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뒤이어 자동육아휴직제를 마련했으며 신세계그룹도 워킹맘 근무환경 개선 프로그램을 내놓고 최장 3년간 육아휴직을 보장했다. 오일선 한국 CXO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여성친화적 근무환경은 대부분이 경영진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이제는 업무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여성정책이 보육 편의에서 여성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본지 설문에서 여성 임원의 91.5%가 임원이 되기 위한 필수 덕목으로 ‘리더십’을 꼽은 것처럼 여성들 또한 리더십 교육에 목말라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여성 리더 육성에 초점을 맞춘 ‘W-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우수 여성 인력 육성을 목표로 그룹 차원에서 설립한 임원급 여성 협의체다. 향후 3~5년 이내에 부서장 보임이 유력한 여직원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했고, 중간관리자층인 경력 10년차 전후의 과장급 여성 직원 54명을 대상으로 ‘여성 리더십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LG전자도 지난해 9월 여성 연구원 100명이 참여한 여성 임원 초청 세미나를 열었다. 연구원들은 두 시간의 특강을 통해 경력 관리, 역량 육성에 관한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었다. 코오롱도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여직원들이 직장 내 역할 모델을 찾도록 돕고 있다.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여성 인재 양성에 대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피상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 인재 내부양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의 활성화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여성을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는 남성과 동등한 직무경험 및 교육훈련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여성들 또한 주어진 업무 분야 및 지역에 대한 스스로의 편견과 벽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3-02-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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