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기술 유출, 처벌 넘어 예방책 강화해야

[사설] 산업기술 유출, 처벌 넘어 예방책 강화해야

입력 2024-01-09 23:08
수정 2024-01-0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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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반도체 웨이퍼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권고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양형위는 관계 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3월 안으로 강화된 양형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첨단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맞춰 세계 각국의 기술 탈취와 유출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일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너무 관대했던 게 사실이다. 2015년부터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실형을 산 사람은 73명(20%)에 불과하다. 현행 법령은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형 기준은 고작 징역 1년~3년 6개월이다. 형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소를 더해도 최대 6년이다. 초범이라며, 반성한다며 집행유예를 받기도 한다.

대만은 2022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시켰다. 징역 최대 12년에 벌금은 1억 대만달러(약 42억원)다. 미국은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벌금은 최대 500만 달러(65억원)다.

최근 6년간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는 117건 적발됐다. 이 중 36건이 중국이 가장 눈독 들이는 반도체 기술이었다. 이렇게 빼돌려진 기술은 시장 가치로 따져 수천억에서 수십조원에 이른다. 당장 이들 기술 개발에 투입된 자본과 노력을 탈취당한 것일뿐더러 우리 미래세대가 보다 풍요로운 삶을 이어 갈 터전을 빼앗긴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 유출은 해당 기업의 손익을 넘어 국익을 해치는 매국적 범죄행위다. 기업은 물론 국가정보원과 특허청 등 국가기관의 선제적 감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기술 유출이 전문인력의 일탈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 방안도 한층 강화하기 바란다.
2024-01-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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