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먹통’ 원인 라우터 오류 규명 못한 채 42일 만에 미제로

‘행정전산망 먹통’ 원인 라우터 오류 규명 못한 채 42일 만에 미제로

강주리 기자
입력 2023-12-28 17:56
수정 2024-01-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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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국정원, ‘정부합동 주요 시스템 특별 점검’ 발표

‘새울 먹통’ 원인 라우터 오류 규명 않아
“행정력이 그런 것까지…추가 규명 안해”
국정원 “4개 전산망, 외부해킹은 아냐”
내부 악의적 개입·외부 해킹 흔적 없어
나라장터 지연 등 장비 오류·미숙 작업 탓
“백업 복구계획 미흡·형식적 복구 훈련”
노후 장비 교체 위해 재정 지원 있어야
새달 대책 발표…“실행력 있는 계획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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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실에서 ‘정부합동 주요시스템 특별 점검 결과’ 를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대변인실 제공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실에서 ‘정부합동 주요시스템 특별 점검 결과’ 를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대변인실 제공
‘K-전자정부’의 위상에 먹칠을 한 지난달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L3 라우터 포트’(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치) 장애 원인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잇단 주민등록시스템, 모바일 신분증, 지방재정시스템, 조달청 나라장터의 시스템 장애 원인은 외부 해킹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개최한 ‘정부합동 주요 시스템 특별 점검’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대국민 민원서비스 업무에 큰 차질을 빚게 했던 지난달 17일 지방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의 셧다운 원인인 L3 라우터 오류 발생과 관련, “라우터 포트가 왜 장애가 났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부품 장애 원인까지 찾는 것은 행정력이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고 그걸 밝힐 수 있는 건 제조사 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추가로 밝히는 작업은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42일이 지났지만 결국 원인 규명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주민등록시스템 등 지난달 4개 정부 전산시스템의 오류 원인은 외부 해킹 소행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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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산 주요 시스템 장애, “해킹에 흔적 없었다”
정부 전산 주요 시스템 장애, “해킹에 흔적 없었다”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전산 시스템 특별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달 정부 시스템 전산장애와 관련한 해킹 여부 조사를 실시해 “정부의 4개 시스템 모두 내부에서의 악의적인 행위나 외부로부터의 해킹 흔적은 없었다”라며 “4개 시스템의 서비스 장애는 해킹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발표했다. 2023.12.28 연합뉴스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대부분의 해킹 공격은 흔적이 남기 때문에 국정원이 보유한 사이버위협 침해지표를 활용해 정밀분석했으나 4개 시스템 모두 내부의 악의적인 개입이나 외부로부터의 해킹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라장터’ 시스템은 전체 트래픽의 소량(0.5%)이긴 하나 해외 특정 인터넷프로토콜(IP)에서 서비스 거부 공격 시도가 있어서 해당 공격 IP에 대한 국제 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라장터 지연은 동시 접속자 수 초과 탓에, 주민등록시스템은 용량 큰 콘텐츠의 동시 열람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 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기능의 오류였다.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은 클라우드 플랫폼과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시스템 환경설정의 미숙한 작업이 장애 원인이었고, 지방재정관리시스템은 유지보수 업체가 하드디스크의 불량을 인지하고도 점검장비를 시스템에 연결하면서 침입방지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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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요 시스템 장애 대응 및 복구체계 점검 결과 발표
정부 주요 시스템 장애 대응 및 복구체계 점검 결과 발표 충남대 류재철 교수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전산 시스템 장애 대응 및 복구체계 점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3.12.28 연합뉴스
정부 전산시스템 점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류재철 충남대 교수는 주요 공공서비스 35개 대상 장애대응·복구체계 점검에서 “백업·복구계획이 미흡하거나 형식적인 복구훈련을 하는 기관이 있다”면서 “국가 사이버위기 관리 차원에서 다룰 수 있게 제도개선하고 노후장비 교체를 위해 적극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SW) 입찰 참여 허용 등 후속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행정전산망 범정부 혁신대책은 내년 1월말 발표된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월에는 노후 장비 교체 계획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계획이 발표돼야 한다”면서 “‘고장난 것을 빨리 찾지 못한 이유’ ‘교체를 못한 이유’ 등을 알아내 공백 없이 시스템이 운영되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날 정부 발표와 관련, “국민이 피부로 느끼느 것과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고 전체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한 뒤 “나라장터는 서버 증설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누더기처럼 덩치만 커지는 디지털이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책이 1월에 총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문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2007년 도입해 15년 넘게 쓴 지방행정전산망 ‘새올’에 대해 “부분부분 땜질을 해 시스템은 누더기가 됐고, 잦은 인력 교체로 사람이 바뀌면 프로그램 수정도 어렵기 때문에 5년 주기로 새로운 첨단기술과 수요에 맞게 전면 교체하는 일종의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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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앞두고 주민센터는 비상근무
월요일 앞두고 주민센터는 비상근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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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가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직원이 민원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월요일에 시스템이 정상 작동될지가 관건이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정부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가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직원이 민원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월요일에 시스템이 정상 작동될지가 관건이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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