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나누는 추모객들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끌어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지난 1일 경찰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14년차 교사 A(38)씨가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으며, 전날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다. 2023.9.2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A씨의 지인 교사 B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의 남편을 통해 A씨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지난 3월 말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그 친구는 굉장히 똑똑한 친구였다”며 “복직을 오랜만에 한다고 해서 교재 연구나 아이들 지도 계획 등의 학급 경영에 큰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을 것”라고 전했다.
B씨는 “고인은 어려움이 닥치면 노력해서 극복하는 성실한 성격이었고 교감을 통해서도 교재 연구로 늦게까지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벽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요소는 (정상적인) 학급에서는 꽤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14년 차 교사인 A씨는 올해 6학년 담임을 맡았으며, 질병 휴직 중이었다. A씨는 육아휴직 후 지난해 2학기에 교과전담교사로 복직했고 6학년 담임을 맡은 지난 3월부터 연가와 병가 등을 써오다 7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질병 휴직까지 했다.
고인이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학교의 동료 교사는 고인의 학급이 다루기 힘든 학생들이 많은 학급이었다고 전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동료 교사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이 올해 맡은 6학년 아이들이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의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며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고인의 죽음을 개인사로 몰아가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이야말로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밝혔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분위기가 쉽지 않아) 교과전담 교사가 들어가서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어했던 반이었다고 한다”며 “학부모 민원이 있었는지는 아직 파악되는 건은 없지만 고인 학급 자체가 힘들었다는 상황을 동료 교사가 전했다”고 말했다.
한편 9월 4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또다시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교직 사회의 추모와 진상 규명을 향한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7주째 매주 토요일 열리는 교사 집회엔 전날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참여했다.
교사들은 4일에도 국회와 전국 시도교육청 앞 집회, 그리고 연가, 병가 등을 활용한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