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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삶을 담다… 아버지 땀을 닮다

나무에 삶을 담다… 아버지 땀을 닮다

오장환 기자
입력 2021-04-29 17:08
업데이트 2021-04-3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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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닮은 듯 다른… 유광복·유미 부녀의 대 잇는 목공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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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학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딸.
아버지의 학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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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부녀’ 유광복·유미씨. 잠시만 보고 있어도 함박웃음이 절로 터진다.
‘목공 부녀’ 유광복·유미씨. 잠시만 보고 있어도 함박웃음이 절로 터진다.
‘가송’ 유광복(60)씨는 충남 청양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까지 13년 동안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 살았다. 그러다 친구들은 중학교 입학에 마냥 들떠 있을 때 청양 읍내에 있는 청소년 직업학교에 입학했다. 직업학교에서 처음으로 목공 기술을 입문해 2년여 동안 익힌 기술로 서울 신림동 난곡마을에 있는 목공소에 취업하면서 그의 목공 인생은 시작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을 한결같이 목공에 매달리며 수십 가지의 건축 관련 자격증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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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광복씨가 직접 만든 망치로 끌을 이용해 장부를 파고 있다. 끌을 잡고 있는 유씨의 손엔 지난 40년의 목공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 유광복씨가 직접 만든 망치로 끌을 이용해 장부를 파고 있다. 끌을 잡고 있는 유씨의 손엔 지난 40년의 목공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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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유미씨가 직접 제작 중인 테이블의 거친 표면을 손사포로 마무리하고 있다. 유미씨는 “목공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이 우리 아버지 손을 똑 닮아 가고 있다”고 했다.
딸 유미씨가 직접 제작 중인 테이블의 거친 표면을 손사포로 마무리하고 있다. 유미씨는 “목공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이 우리 아버지 손을 똑 닮아 가고 있다”고 했다.
살아 있는 건축 지식을 쌓으려고 카메라를 둘러메고 전국 팔도를 누볐다.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스민 옛 건축물들을 찍으러 다녔던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던 그 시절, 딸 유미도 같이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그때부터 딸 아이가 저를 따라 목공 일까지 배우면서 이 길을 자연스럽게 함께 걸은 것 같다”고 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유미(29)씨가 아버지를 따라 목공 일을 배운다고 했을 때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고운 손이 내 손처럼 거칠게 될 게 뻔하지만, 딸 아이의 마음이 간절하니 그 꿈을 접게 할 수가 없었다”고 그는 그때를 되돌아봤다.

한창 친구들과 풋풋한 추억을 쌓을 나이에 유미씨에게는 목공소가 세상의 중심이 됐다. ‘목수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아버지의 목공 철학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평소에는 아버지가 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의 ‘가송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일을 돕고 있다. 학원에서 수강생들의 수업 재료를 정리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목공 재료들은 무겁고 도구들은 날카롭고 위험하지만, 묵묵히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유씨의 목공 철학은 ‘목수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집주인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것. 서울 노원구의 ‘가송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후학들에게도 그 철학을 아낌없이 전해 주고 있다.
유씨의 목공 철학은 ‘목수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집주인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것. 서울 노원구의 ‘가송인테리어목공기술학원’에서 후학들에게도 그 철학을 아낌없이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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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씨가 서울 마포구의 개인 작업실 ‘우드미크’에서 목선반 기계로 우드펜을 깎고 있다.
유미씨가 서울 마포구의 개인 작업실 ‘우드미크’에서 목선반 기계로 우드펜을 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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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가 기계실에서 테이블소를 이용해 가구제작반 실습 시간에 쓸 자재를 재단하고 있다.
유씨가 기계실에서 테이블소를 이용해 가구제작반 실습 시간에 쓸 자재를 재단하고 있다.
학원에서 아버지 일을 도운 유미씨는 퇴근 후 직접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소재 ‘우드미크’ 사무실에 다시 출근해 개인 작업에 몰두한다. 유미씨는 “작업실에 있는 목공 장비들은 대부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들이다. 아버지의 땀과 노력이 묻어난 것들이어서 어느 순간에나 아버지의 목공 철학을 되새기면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거칠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세상 다시없이 섬세한 ‘목공 부녀’. “유미가 내 어깨너머로 배운 목공 기술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순간순간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평생 내 딸이자 평생 친애하는 동료로서 평생토록 옆에서 응원할 겁니다.” 아버지의 말에 딸이 화답한다. “아버지가 설계도 시공도 직접 해서 할머니께 집을 지어 드렸어요. 저도 똑같은 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제 손으로 부모님께 집을 지어 드리고 싶은 그런 꿈.”

글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021-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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