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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기획부동산 사기/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획부동산 사기/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21-01-27 20:32
업데이트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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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이 서민들의 피 같은 생활 자금과 여유 자금, 종잣돈을 투자하게 해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일들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기획부동산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소개한 A씨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기획부동산들이 지난 3년여간 경기도에서만 한 해 1조원 안팎의 토지 지분 등을 쪼개 팔며 서민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폭로였다. 이른바 갈취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기획부동산들의 만행과 사기 수법을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수법은 치밀하고 교묘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의 무지를 최대한 악용했다. “소액 자본을 투자하면 수십 배의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현혹한 뒤 심지어 ‘다단계 취업사기’ 수법도 동원했다고 한다. 구인 사이트에 광고를 내 상담원으로 채용한 뒤 압박을 가해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이다. 속았다 싶어 환불을 요구하면 판매한 지인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간다.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 지난해 6월 모 기획부동산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밝힌 재판부의 양형 이유였다. 쓸모없는 땅 5곳의 지분을 무등록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51명에게 쪼개 팔아 6억 1297만원을 교부·편취한 혐의다.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자는 “기획부동산이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매입가의 3배에서 20배 정도로 올려서 공유 지분으로 분할해 팔았다”고 적시했다.

정부 개발 예정지 인근의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땅이 대상이다. 토지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애초 개발이 불가능한 땅에 대해 각종 호재를 꾸미고 부풀리면서 구매자를 혹하게 하는 치밀한 자료를 준비한다. 개발계획 지도는 기본이고 언론 보도 내용을 교묘하게 짜깁기하는 수법도 동원했다. 집값 폭등으로 조바심이 난 서민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조금 기다리면 엄청난 대박이 난다”며 기대감을 높이는 수법이 많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 수원시에서 비슷한 사례가 빈번하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기획부동산 사기 분양’ 주의를 당부했다. ‘농지·임야 등의 고가 지분 거래(쪼개기 분양)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곳곳에 게시할 정도다. 코로나 위기 속에 한푼 두푼 모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갈취하는 기획부동산 사기는 가정파탄으로 이어진다.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파렴치한 중대 범죄다. 하지만 시민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2021-0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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