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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캉스 가세요?” 물었더니 되돌아온 말이…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추캉스 가세요?” 물었더니 되돌아온 말이…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9-24 13:26
업데이트 2020-09-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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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커뮤니티, 추캉스 자제 글 봇물 속 ‘개인 사정 참견 마라’ 의견도

떠나고 싶은 추캉스족 vs
‘제발 오지 마라’ 지역민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 노심초사
“추석 코로나 재확산 분수령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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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7.27  연합뉴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0.7.27
연합뉴스
올해 추석 연휴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뉴스1 자료사진
올해 추석 연휴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뉴스1 자료사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석 고향 이동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풍선효과로 닷새간 이어지는 긴 연휴를 이용해 국내 여행을 떠나는 ‘추캉스족’(추석+바캉스)이 크게 늘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 가족 여행 좀 가면 어때”
“추캉스? 학교서 1번 낙인 찍히면 큰일”

확진자가 폭증한 수도권에 비해 제주와 강원 등 비교적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는 관광객들이 대거 왔다간 뒤 확진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제발 오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만을 제기하고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수개월째 이어진 거리두기 피로감에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떨쳐내기 위해 가족 여행을 가는게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24일 ‘추캉스’에 대해 묻자 “추캉스? 엄두도 못 낸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등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추캉스 다녀 왔다가 학교에서 1번으로 낙인 찍히면 큰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등교 기간 아이들은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칸칸이 띄어진 자리에 1명씩 따로 앉아 ‘침묵의 점심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점심을 먹는 풍경은 학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추캉스족에 화난 예신들
추캉스족에 화난 예신들 온라인커뮤니티 마이셀프웨딩 캡처 2020-09-24
추캉스족에 화난 예신들
추캉스족에 화난 예신들 온라인커뮤니티 마이셀프웨딩 캡처 2020-09-24
“신행여행도 취소했는데 추캉스?
지키는 사람만 바보” 예신들 부글부글

결혼식장 참석자수 제한 조치를 받고 있는 예비신랑·신부들은 온라인커뮤니티에 “신혼여행도 취소했는데 추캉스라니 지키는 사람만 바보 같다”며 속상해했다. 일부 예비신부들은 “모임 자제하라고 해서 상견례도 아직 못했다”면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피해보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라고 푸념했다.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여름 성수기에 버금가는 관광객 30만명이 입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지역과 단풍철을 맞아 주요 리조트·호텔들이 대부분 매진된 강원 설악산 권역 및 강릉 지역 ‘맘카페’에서는 “명절에 자기들 고향가지 말랬더니 왜 남의 고향에 오느냐” “이기적이다” “또 코로나 확진자 나올텐데 화가 난다” 등등의 불만들이 쏟아졌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추캉스를 자제하자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지만 한편에서는 “개인마다 사정이 다 있는건데 참견하지 마라”는 반박글도 달리고 있다. 충청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추캉스 자제 글을 올렸다가 ‘개인사에 오지랖’이라고 면박을 받아 글을 내렸다”고 했다. ‘죄인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추캉스 물결…대한항공 김포-제주 ‘잔여좌석 없음’
추캉스 물결…대한항공 김포-제주 ‘잔여좌석 없음’ 최장 닷새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 시작일인 오는 30일 서울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은 사실상 매진 상태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2020-09-24
추캉스족에 화난 강릉 지역주민들
추캉스족에 화난 강릉 지역주민들 온라인커뮤니티 ‘행복한 강릉맘’ 캡처 2020-09-24
제주·강릉 맘카페 “왜 남의 고향 오나요?”
vs “추캉스는 개인사, 오지랖 좀 그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1일 관광객수 총량제를 제안합니다’,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을 금지시켜 주세요’ 등의 청원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제주도민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도민들은 외출도 자제하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원망스럽다”면서 “10인 이상 모임은 금지시키면서 수백명이 밀폐된 공간에 탑승하는 비행기는 괜찮으냐”고 반문했다. 연휴 첫날(30일) 제주행 항공편은 사실상 매진 상태다.

제주도민 靑청원 “도민은 외출 자제 중,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관광객 원망”
“조치한들 무증상자 100% 못 잡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체온이 37.5도만 돼도 자부담 격리 조치하고 문제가 생기면 구상권까지 청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여름휴가 국내선 북적
여름휴가 국내선 북적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0.8.2
연합뉴스
청원인들은 “무증상자들을 100% 잡아내기도 힘들고 많은 관광객이 오면 거리두기도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이 시간에도 제주 동문재래시장에 가보면 관광객이 너무 많아 길을 지나가질 못할 정도라 도민들은 무서워서 장도 못 본다”고 하소연했다.

방역당국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확진자가 4명 중 1명꼴로 높은데다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와 7~8월 휴가철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된 전례에 비춰볼 때 추석 연휴가 코로나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규모 인구 이동은 분명히 전국 유행 확산의 원인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추석만큼은 가족 안전을 위해 귀향을 자제하고 여행과 모임을 최소화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향 대신 휴양지로 사람들이 몰리면 방역 강화 취지가 무색해질 뿐 아니라 방역에 협조하는 대다수 국민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이동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추캉스에 “제주도 1일 관광객수 총량제 제안합니다”
추캉스에 “제주도 1일 관광객수 총량제 제안합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로 이동 자제 청원글. 24일 오전 6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20-09-24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 금지 해주세요”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 금지 해주세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로 이동 자제 청원글. 24일 오전 6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20-09-24
신규 확진 125명… 또 세자릿수
수도권 97명 확진자가 대다수

지역감염 110명·해외유입 15명
하루새 5명 숨져… 누적 사망 393명


한편 이날 코로나19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다시 창궐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또다시 100명대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5명 늘어 누적 2만 3341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10명)보다 확진자 숫자가 15명 더 많다. 125명 중 지역발생이 110명, 해외유입이 15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서울 39명, 경기 48명, 인천 10명 등 수도권에서 총 97명이 나와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국에서는 광주·울산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이달 들어 한풀 꺾이는가 싶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0∼22일 사흘 연속 82명, 70명, 61명 등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전날 다시 100명대로 올라섰다. 앞서 국내 신규 확진자는 수도권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월 14일부터 이달 19일까지 37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었다. 사망자는 하루새 5명 늘어 누적 393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1.68%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억제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동네 마트 등 일상 공간에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며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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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성묘·나들이에… 꽉 막힌 고속도로
미리 성묘·나들이에… 꽉 막힌 고속도로 일요일인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근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행하고 있다. 이날 전국 도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와 성묘에 나서거나 나들이를 나온 차량으로 붐볐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교통량이 428만대로 최근 4주간 일요일 평균보다 약 1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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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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