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주범이라던 갭투자, 서울 3~4억 실수요 아파트였다

투기 주범이라던 갭투자, 서울 3~4억 실수요 아파트였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0-09-14 18:58
수정 2020-09-1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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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2억 뛴 전셋값
한 달 새 2억 뛴 전셋값 1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에서 한 남성이 외벽에 붙어 있는 전세 시세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지난 6·17 대책에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음에도 한 달 새 전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1억∼2억원가량 껑충 뛰었다. 갭투자가 막히자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세입자에게 세금 전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최근 석 달간 서울에서 전세 끼고 집을 산 이른바 갭투자는 ‘서울 외곽의 3억~4억원대 중저가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값 급등 주범으로 갭투자를 꼽으며 각종 규제를 쏟아냈지만, 시세차익도 크지 않은 중소형 단지들이 주로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작 갭투자 가운데 상당수는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로 보인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일어난 아파트 1위는 강서구 방화동 도시개발2단지다. 석 달간 이 단지에서 일어난 55건의 매매계약 가운데 27.2%인 15건이 갭투자다. 아실은 국토부 실거래 현황 중에서 아파트를 산 뒤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안에 전월세를 놓은 계약을 갭투자로 분류한다.

2위는 도봉구 신동아1단지로 전체 43건 매매거래 중 18.6%(8건)가 갭투자다. 3위는 노원구 중계주공2단지로 24건 가운데 갭투자가 25.0%(6건)다. 이어 강서구 방화동 장미아파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순이다. 10위권 내에 강남권 아파트는 없었다.

갭투자 아파트의 공통점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3억~4억원 안팎의 중저가 단지라는 점이다. 도시개발2단지 213동은 7월 8일 3억원에 팔렸는데 8월 7일 전세 1억 4800만원에 계약됐다.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는 1억 5200만원이다. 중계주공2단지 203동도 7월 18일 3억 15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21일 1억 9500만원에 전세계약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신이 당장 들어가 살 것도 아닌데 시세차익이 크지 않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본인이 당장 빼 줄 전세금은 없지만 집값 급등에 따른 불안으로 일단 서울에 내 집을 잡아 놓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의 갭투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꼽지만 실제 갭투자가 강북 3억~4억원대 아파트에서 많이 나왔다는 것은 돈이 부족해 전세를 안고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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