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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과학을 품은 한의학] 비가 오면 온몸이 더 쑤시는 환자는 따로 있다

[이승훈의 과학을 품은 한의학] 비가 오면 온몸이 더 쑤시는 환자는 따로 있다

입력 2020-08-10 17:38
업데이트 2020-08-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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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이승훈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코로나19로 그간 병원에 제대로 다니지 못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례없는 장마까지 겹치니 허리나 무릎통증이 심해졌다며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가 요즘 부쩍 늘었다. 비만 오면 더 아프다는 얘기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날씨가 통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논문이 최근 한 학술지에 실렸다. 기압과 만성통증의 상관성에 대한 기존 임상연구 41개를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21개는 기압의 변화가 통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 반면 나머지 20개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 지었다. 즉 기압이 낮다고 반드시 평소 느끼는 통증이나 병원 방문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오는 날 삭신이 쑤신다는 말은 단순히 속설에 불과한 것일까? 아마도 병의 경과나 사람에 따라서 날씨가 통증에 다르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날이 흐려져 외부 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강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관절이 부풀어 오르면서 관절강을 싸고 있는 활액막 주변의 신경이 자극된다. 이때 이미 염증과 부종으로 관절이 민감해져 있다면 기압 변화에 더욱 통증을 크게 느끼고 관절이 뻣뻣해질 것이다.

또한 귀에 위치한 센서는 낮은 기압을 감지해 뇌의 시상하부에서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함으로써 관절 주위 신경을 자극한다. 이때 통증이 오래되면 신경이 전달되는 경로에 교감신경에 반응하는 수용체들이 새롭게 만들어져 기압의 변화에 더 예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증이 수개월간 지속되면 우울감이 동반되는데, 우울감이 커지면 통증을 더 크게 느낀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상대적으로 외부 활동에 제한을 받고 운동량이 줄어들며 컨디션이 저하되면서 기분이 우울해진다. 따라서 평소에 우울감이 큰 환자들이 비오는 날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에 따라서 날씨가 통증에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 왔다. 같은 통증 환자더라도 평소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며 혈액순환이 떨어지는 한증(寒證)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날씨 중에서 기온과 관련이 많아 춥거나 겨울철에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 따뜻한 성질의 약이나 보온이 관절 통증을 줄여 준다.

반면 평소에 몸이나 관절이 잘 붓고 식후 배가 더부룩하고 피곤이 더 심해지는 습증(濕證)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기압이나 습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장마철처럼 습기가 많은 날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고 관절의 통증이나 뻣뻣함을 더 크게 느꼈다.

같은 만성 통증 환자 중에서도 습증으로 분류되는 환자들이 낮은 기압이나 높은 습도에 좀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장마철에 더욱 습도 조절에 유의하고 관절에 부담이 적은 걷기나 맨손 운동 등을 꾸준히 해 통증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08-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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