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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실형 받았던 청년, 당시 판사의 후임 대법관 된다

국보법 위반 실형 받았던 청년, 당시 판사의 후임 대법관 된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민나리 기자
입력 2020-08-10 17:38
업데이트 2020-08-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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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새달 퇴임 권순일 후임 후보로
文, 임명제청 수용 땐 국회인사청문회
서울대 민추위 활동 혐의로 구속 수감
‘엘리트 코스’ 아닌 우리법연구회 출신

野, 유죄 선고받은 전력 집중 추궁할 듯
대법 진보 성향 포진… 균형 판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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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퇴임하는 권순일(61·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임 후보로 이흥구(57·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선정됐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부에 의해 구속된 청년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의 길을 걸은 지 27년 만에 사법부의 최정점에 오른 것이다.

대법원은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이 부장판사를 선정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국보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공교롭게도 권 대법관은 당시 이 후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주심 판사였다.

그러나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사법시험에 도전해 1990년 합격했다. ‘국보법 위반 1호 판사’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 후보자는 초임 시절 서울지법 남부지원과 서울지법에서 근무한 뒤로는 주로 부산·창원·대구 등 지역에 머물렀다.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법원행정처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았지만 부산지법과 대구고법 근무 시절 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부산지방변호사가 뽑은 10명의 우수 법관에는 이 후보자와 부인 김문희(55·25기·부산지법 서부지원장) 당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후보가 대법관으로 제청·임명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져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검증이 됐고, 오래전 일인 국보법 위반 이력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면서 “대법관의 다양성 확보에 실패한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도 결국은 50대·서울대·남성 등 ‘서오남’ 법관이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대법관 13명 중 10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으로 채워지게 된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등 진보 성향 대법관이 포진해 있는 대법원이 균형 잡힌 판결을 내릴지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게 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20-08-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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