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당선자와 당선인/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당선자와 당선인/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5-13 20:24
수정 2020-05-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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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나 ‘낙선자’에겐 아무 문제없는 ‘놈 자’(者)자가 ‘당선자’들에겐 거슬리는 말이 됐나 보다. 우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당선자’란 용어를 사용해 왔다.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 모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 말이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소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건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였다. 인수위 측에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이란 표현이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언론에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상위 법인 헌법의 규정을 근거로 ‘당선자’로 유지할 것을 당부했지만 당시 언론은 당선인이란 호칭을 받아들였다.

‘자’와 ‘인’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어떠한 사람’을 나타내는 ‘인’은 ‘원시인, 종교인, 한국인’ 등처럼 ‘거기에 속한 사람’, ‘그러한 부류의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붙인다.

‘어떠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에는 거의 ‘자’가 붙는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낙선자, 내정자, 합격자’라고 하지 ‘낙선인, 내정인, 응답인’이라 하지 않는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접미사 ‘자’를 붙이는 건 오랫동안 우리 국어에서의 관습이었다. ‘당선인’이란 말이 어색한 건 이 때문이다.

사전에도 올라 있고 21대 총선을 기점으로 언론에선 ‘당선인’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불편함은 가시지 않는다.
2020-05-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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