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장미/김재학 · 희망/김규동

입력 : ㅣ 수정 : 2020-04-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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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김재학 53x45.5cm, 캔버스에 유화. 2019 꽃을 주로 그리는 화가. 장미 그림이 특히 유명하다.

▲ 장미/김재학
53x45.5cm, 캔버스에 유화. 2019
꽃을 주로 그리는 화가. 장미 그림이 특히 유명하다.

희망/김규동

일정 때

두만강변 회령 경찰서

취조실에서 흘러나오던

그 사나이 비명은

어째서 아직도 내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는지

6ㆍ25 때 한강을 헤엄쳐 건너온

백골부대의 한 병사가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던 일은

어째서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는지

지난날 38선을 넘을 때

안내꾼에게 준 할아버지의 회중시계는

아직도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지

해체된 풍경 속에 잃어버린 것은

스승과 눈물과 후회뿐인 줄 알았더니

추락하여가는 내면의 눈에

번개같이 스치는 것은

깨끗한 한 개의 희망이다

스산한 나뭇가지에

빛의 다른 한쪽이 머무는 것을 보고

무서운 경이를 느낀다

그것은 내일을 향한 순간의 전율

푸른 공간의 전락을 뒤로

부서져 내리는 차가운 유리조각

오, 희망을 위하여는

비참한 것을 넘어서야 한다

동천을 따라 걷습니다. 냉이 민들레 제비꽃 꽃다지 금창초…. 강변의 꽃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산수유 벚꽃 목련 개나리 골단초 꽃들 정신없습니다. 강변에 앉아 햇볕 쬐며 담소 나누는 동무들 모습이 보입니다. 평범한 이 시간 얼마나 소중한지요. 한때 봄꽃들 절망으로 바라본 시절 있었지요. 이철규 권인숙 박승희 이한열. 수많은 청춘의 이름 새겨 봅니다. 그들의 비명 위에 오늘 우리가 서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회령경찰서 취조실의 비명 지금도 귀에 생생한 이유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0-04-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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