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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금지·교회는 온라인 예배…성당은 신부 집무실서 고해성사

신천지 금지·교회는 온라인 예배…성당은 신부 집무실서 고해성사

김정화, 손지민, 김주연, 김지예 기자
입력 2020-02-23 21:00
업데이트 2020-02-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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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주말 종교단체 풍경

여의도순복음교회, 모든 교인 신분 확인
열 감지기·손 소독제 비치 등 방역 강화
범어사 법회 취소 등 불교계도 행사 자제
“종교행사 참석 신자 강제로 막을 순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첫 확진자가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된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신천지 울산교회가 23일 오전 폐쇄돼 있다. 울산시는 해당 확진자가 16일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을 확인하고 전체 교인 명단을 확보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2.23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첫 확진자가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된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신천지 울산교회가 23일 오전 폐쇄돼 있다. 울산시는 해당 확진자가 16일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을 확인하고 전체 교인 명단을 확보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2.23 연합뉴스
“성도 등록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어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비상인데 협조 좀 해주세요.”

일요일인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입구에서는 신도와 직원 간 승강이가 벌어졌다. 교회 측은 신천지 신도들의 예배 참석을 막으려고 모든 교인의 신분을 확인했다. 이날 모든 출입구에 10명 내외의 직원이 배치돼 교인을 통제했다. 건물 벽에는 ‘신천지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포스터와 코로나19 예방 안내문 등이 붙어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이 “매주 여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했지만 직원들은 “등록증이 없으면 신천지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가로막았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 602명 가운데 54.7%인 329명이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로 확인되면서 종교단체들은 일요일 종교 행사를 대폭 간소화하고 자체 방역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다. 국내 최대 개신교회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예배당 방역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온누리교회 등 대형교회는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예배를 생중계하면서 신자들에게 온라인 예배를 권유했다.

이달 초부터 성수 사용 금지와 마스크 착용 등 예방책을 내놨던 천주교는 교구별로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광주교구와 안동교구는 2~3주간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고, 수원교구 등에서는 고해성사 역시 밀폐된 고해소가 아닌 주임신부 집무실이나 교리실 등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옮겼다. 불교계도 정기법회를 제한하는 분위기다. 경남지역 대표 사찰인 범어사와 통도사는 일요·초하루 법회 등을 아예 취소했다.

전날인 22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밤늦게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모이는 종교행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교회나 성당들은 종교행사 참석을 원하는 신자들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 중구 영락교회의 오전 9시 예배에는 300~400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신도 김모(72)씨는 “교리 중에 섬김과 교제를 실천하라는 내용이 있다”면서 “교회 측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볼 수 있게 생방송과 녹화 영상을 제공하지만, 직접 오는 것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역시 평소보다 예배 참석 인원이 30% 줄긴 했지만 교회를 찾는 신자가 적지 않았다. 교회 로비에는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됐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손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안내받았다. 마스크를 쓰고 자녀와 예배를 드린 김모(36)씨는 “교회가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고 아직 온라인 예배로 대체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주말에 교회에 가는 것은 신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지 기자가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의 신천지 예배당은 불이 꺼져 있고, 정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같은 건물 지하에 운영 중인 개신교 계열 교회 관계자는 “평소에는 이 건물로 수많은 신천지 교인들이 찾아온다”면서 “오늘 우리 교회에도 신천지로 추정되는 사람이 1명 찾아왔으나 코로나19 방침에 따라 2주 뒤에 다시 오라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02-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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