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온난화는 모두 인간 탓… 환경 악화로 ‘6번째 대멸종’

입력 : ㅣ 수정 : 2020-01-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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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이용 등으로 인간의 손길 닿은 곳
동식물 2만 5166종 개체수 변화 분석
자연 서식지보다 생물 수 25~50% 감소

바이오디젤 만드는 팜유 생산과정서
숲 개간·파괴로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 이용 늘려야
지난해 가을 시작돼 남한 면적보다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킨 호주 산불은 강도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소방관들이 호주 뉴사우스웨스트주 나우라 인근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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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시작돼 남한 면적보다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킨 호주 산불은 강도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소방관들이 호주 뉴사우스웨스트주 나우라 인근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이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남한 면적보다 넓은 11만㎢를 태웠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심각하지만 캥거루, 코알라처럼 호주 일대에서만 존재하는 야생동물이 10억 마리 넘게 희생돼 순식간에 멸종위기에 처하는 등 생태 측면에서도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5월 전 세계 50개국 과학자 145명은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2018년 기준 양서류 40%, 침엽수 34%, 포유류 25% 등 지구상 존재하는 800만종(種) 중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멸종 생물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자원고갈,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꼽았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기존 삼림을 파괴해 농장을 짓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2~3배 늘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북셀랑고르 지역에서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자연삼림을 벌목해 버린 모습.  영국 리버풀 존무어대 스테파니 에버스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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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기존 삼림을 파괴해 농장을 짓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2~3배 늘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북셀랑고르 지역에서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자연삼림을 벌목해 버린 모습.
영국 리버풀 존무어대 스테파니 에버스 교수 제공

과학자들은 산불과 야생생물종의 멸종, 지구온난화 등 최근 일어난 생태환경 문제들은 모두 인간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활동이 생태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최악의 경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연구 결과들이 추가로 발표됐다.
농경지 개간이나 도심확장 등 인간의 활동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말레이시아 거미 같은 먹이사슬의 1차 포식자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작은 포식자들이 줄어들어 결국 사라지게 되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붕괴돼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UCL) 팀 뉴볼드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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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경지 개간이나 도심확장 등 인간의 활동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말레이시아 거미 같은 먹이사슬의 1차 포식자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작은 포식자들이 줄어들어 결국 사라지게 되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붕괴돼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UCL) 팀 뉴볼드 박사 제공

영국 런던대(UCL), 런던 자연사박물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유엔 세계환경보전감시센터, 터키 코크대, 미국 유타대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토지이용이나 각종 활동이 먹이피라미드에서 1차 포식자인 거미, 무당벌레 같은 무척추동물의 멸종을 가져올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영국 생태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기능 생태학’ 2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차적으로 자연 상태의 숲에서부터 사람의 손이 닿는 농지, 도시까지 80개국에 존재하는 2만 2500여종의 동식물 개체수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동식물은 진드기부터 아프리카코끼리까지 다양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기존에 연구된 460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만 5166종의 동식물 개체수 변화를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작은 무척추동물뿐만 아니라 파충류, 양서류 같은 변온동물, 어류, 조류, 버섯 같은 균류도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은 자연 서식지보다 개체수가 25~5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자연파괴의 원인이라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팀 뉴볼드 런던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활동으로 포식자들이 사라져 먹이사슬 내 다른 동물의 개체수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노팅엄대, 노팅엄대 말레이시아캠퍼스, 리버풀 존무어대, 에지힐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삼림부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팜유(油) 생산과정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겨 지구에 더 심각한 부담을 준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1일자에 발표했다.

열대지역에 있는 습지 형태의 숲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약 20%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를 얻기 위해 기름야자 농장을 조성하며 숲을 파괴하는 경우 숲이 저장하고 있던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땅속에 있던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갖 종류의 온실가스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연구를 주도한 소피 쇠게르스텐 노팅엄대 교수는 “바이오연료 원료 생산을 위해 숲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만큼 폐목재 같은 다른 바이오매스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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