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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쏟아붓고도 2.0% ‘턱걸이 성장’… 10년 만에 최악 성적표

나랏돈 쏟아붓고도 2.0% ‘턱걸이 성장’… 10년 만에 최악 성적표

장은석, 임주형, 홍인기 기자
입력 2020-01-22 17:46
업데이트 2020-01-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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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재정 효과’… 성장률 1.2%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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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인천 서구에 있는 염료생산업체인 ‘경인양행’에서 열린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인천 서구에 있는 염료생산업체인 ‘경인양행’에서 열린 ‘제3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소비 빼고 민간 경제지표는 줄하락
정부 年성장기여도 1.5%P… 민간의 3배
홍남기 “3대 지표 차선의 선방 끌어냈다”
일각 “재정주도 한계… 내수 활성화해야”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쳤다. 정부는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2%를 지켜 내 ‘선방했다’고 평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경제 발전이 본궤도에 오른 뒤 네 번째로 낮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2차 석유파동이 터졌던 1980년(-1.7%)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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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한 성적표를 뜯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추락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세계 교역량이 줄었고,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이중 타격을 입었다. 정부소비만 급증했다. 정부가 나랏돈을 투입해 간신히 2% 성장률에 턱걸이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제는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좋지 못했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 경제지표가 줄줄이 하락했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8.1% 급감해 2009년(-8.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나빴다. 건설투자(-3.3%)는 지난해(-4.3%)보다 감소폭이 줄었지만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에 그쳐 2013년(1.7%) 이후 최저였다. 수출은 1.5% 소폭 늘어 지난해(3.5%)보다 증가폭이 2.0%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정부소비는 6.5%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열었던 2009년(6.7%)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1분기(-0.4%)와 2분기(1.0%), 3분기(0.4%)에 성장률이 저조해 연 1%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4분기 성장률이 1.2%로 반등하며 가까스로 2%를 달성했다. 4분기 깜짝 실적도 재정 효과다. 민간소비는 0.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정부소비는 2.6% 늘었다. 4분기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를 봐도 정부가 1.0% 포인트로 민간(0.2% 포인트)의 5배였다. 연간 성장기여도는 정부가 1.5% 포인트로 민간(0.5% 포인트)의 3배다. 지난해 경제가 정부 주도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박 국장은 “4분기 성장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데 정부 성장기여도가 1.0% 포인트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월, 불용 예산을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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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둔화로 1인당 국민소득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만 2000달러 안팎으로 예상했다. 2018년(3만 3400달러)보다 1400달러(4.2%) 감소한 수치다. 2017년 최초로 달성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유지하겠지만 GNI 감소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1인당 GNI 확정치는 3월 3일 발표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성장률과 관련해 “고용의 ‘V’자 반등, 분배의 개선 흐름 전환, 성장률 2% 유지 등 국민경제를 대표하는 3대 지표에서 차선의 선방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외에 민간 경제를 살릴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로 새 먹거리를 만들고 여가와 관광을 비롯한 내수 서비스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도 경기가 둔화되면 재정 정책을 쓰지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 계속 쓰긴 어렵다”며 “민간 경제를 활성화해 투자를 유도하는 게 근본 대책이다.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01-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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