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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檢, 삼바 자료 확보하고도 회계부정 기소조차 안 해”

재판부 “檢, 삼바 자료 확보하고도 회계부정 기소조차 안 해”

민나리 기자
민나리, 한재희 기자
입력 2019-12-09 18:16
업데이트 2019-12-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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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증거인멸’ 1심 8명 전원 유죄

JY·합병·미전실 등 검색 후 자료 삭제
재판부, 분식회계 의혹은 판단 안 내려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에버랜드 노조 와해 혐의 재판 등 부담
‘경영권 승계’ 부정 의혹 번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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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증거를 대거 인멸·은닉하려 했다는 혐의를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 사건의 핵심 뿌리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법원은 지난 7월 이후로 주춤해진 검찰 수사를 두고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지만 회계부정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8명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 부사장 등 부사장급 임원 3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2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에 나선 삼성전자와 자회사 임직원 4명에겐 징역 8개월~1년 6개월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2016년 12월 참여연대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작업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면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에 들어갔고, 이후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자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쯤 이 부사장의 지시가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김모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을 거쳐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전달돼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작업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으로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특히 자회사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JY’(이재용 부회장), ‘분식회계’,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해 자료를 삭제했고, 그룹 미전실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의 작성자를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바꾸는 등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재판부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분식회계를 하거나 이를 감추고자 자료를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 형사사법 기능을 침해한 증거인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분식회계 의혹 자체에 대한 별도의 판단은 내리지 않았지만 이들의 행위가 증거인멸 및 교사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은 검찰로부터 월평균 1회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었다”면서 “향후 어떤 혐의로 기소되거나 재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중요한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은닉한 것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은 ‘부하들이 지시를 오해해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부하 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적법·불법을 따지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삼성의 문화라면 과연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상당량의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쓴소리를 했다. 지난 7월 삼성바이오 김태한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주춤해진 분식회계 수사를 겨냥해서다.
 삼성그룹은 임직원들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자 몸을 낮추고 이어지는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증거인멸 혐의 재판은 물론 향후 분식회계 혐의 수사가 마무리된 뒤 재판이 시작되면 결국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 오는 13일 1심 선고가 나는 ‘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혐의 재판 등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 등 관련 계열사는 이번 선고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무엇이라고 의견을 내서 다시 한번 이번 건이 이슈화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본게임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건에 대해 일단 지켜보는 듯하다. 기업으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12-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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