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반 ‘3단계 편법 승계’ 재벌 세습과정 판박이

입력 : ㅣ 수정 : 2019-08-1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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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헌 부사장 20세 때 5억 종잣돈 지원
年 최대 99% 일감 몰아줘 ‘몸집 불리기’
㈜호반·호반건설 합병으로 그룹 지배
“국세청, 편법 증여 의혹 등 들여다봐야”
호반건설 본사. 서울신문 DB

▲ 호반건설 본사. 서울신문 DB

호반건설그룹이 재벌들의 세습 과정을 베껴 김대헌(31) 호반건설 부사장에게 부(富)를 넘겨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대에 ‘금수저 종잣돈’으로 발판을 마련하고 계열사들이 몰아준 일감으로 몸집을 키운 뒤 합병으로 그룹 지배권을 차지한 것이 호반건설그룹과 재벌들의 공통점이다. 재계 순위 44위인 호반건설그룹에 대해 ‘재벌의 일그러진 축소판’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계열사들의 이익을 편취한 데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편법 증여에 악용한 것인 만큼 우선 국세청부터 관련 의혹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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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가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그룹은 3단계를 거쳐 김상열(58) 회장에게서 김 부사장에게로 지배권이 넘어갔다. 1단계는 ‘금수저 지원사격’이다. 김 부사장은 20세의 나이에 5억원의 자본금을 투자한 ㈜호반(옛 비오토)의 주인으로 2008년 감사보고서에 첫 공개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불과 15세 때인 2003년 비오토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이 ‘종잣돈’이 가족 지원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자본금을 토대로 계열사 확대와 합병 등을 거쳐 33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반건설의 최대주주가 됐다. 호반건설은 연내 상장도 준비 중이다. 종잣돈 45억원으로 시작한 삼성의 승계 과정을 답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단계는 일감 몰아주기다. 삼성 승계의 핵심 계열사였던 삼성에버랜드의 2010년 내부거래 비중은 60%였고, 김 부사장이 지배한 ㈜호반의 2010년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9.4%까지 치솟았다. 매출액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지배권 확보의 최종 단계는 ‘합병’이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체 지배권을 2세에 넘겨줬다. 호반도 이 공식을 따랐다. ㈜호반은 매출이 정점을 찍은 이듬해인 지난해 사실상 지주회사이자 김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호반건설과 합병해 김 부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편법승계’와 관련해 삼성이 도덕적 비난, 세금 추징, 형사처벌 등 상당한 대가를 치른 반면 호반건설그룹은 검증 및 처벌 없이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은 큰 차이점이다.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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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

이처럼 호반건설그룹과 같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전에 대기업 수법을 답습해 가며 자녀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그룹 승계를 마치고 있지만 법적 감시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갈 틈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상인(경실련 정책위원장) 서울대 교수는 “재벌들이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부와 경영권을 편법 세습하던 전형적인 방식을 중견그룹인 호반이 학습한 것”이라면서 “이를 방치한다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붕괴와 부의 쏠림 현상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그룹 측은 “내부거래가 많았던 것은 당시 시공·시행 등 건설사업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다 일감 몰아주기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면서 “㈜호반과 호반건설의 합병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사 업종끼리 합병해야 시너지가 난다는 회계법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고 합병비율 산정은 회계법인에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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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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