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반 ‘수상한’ 신도시 땅 거래… 2세들 분양수익 1조원 챙겼다

입력 : ㅣ 수정 : 2019-08-0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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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 부부 ‘富 대물림’ 악용
공동주택용지 44개 중 14개 넘어가
장남 김대헌에 수익 몰아주기 집중
“공정위 철저한 조사·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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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그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공공택지지구에서 수조원대의 아파트·주상복합빌딩·오피스텔 분양 수익을 거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 중 1조원 넘는 돈이 김상열(58) 회장 부부 회사에서 자녀들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로 조성한 신도시·공공택지지구가 일부 신흥 재벌의 신종 ‘부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호반건설그룹이 이처럼 신종 수법을 이용해 과거 재벌들 못지않게 편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고 있는 데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서울신문이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현황 및 전매 현황’을 토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이 계열사들을 동원한 ‘벌떼 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 44개 중 14개가 김 회장 자녀들 회사로 넘어가 막대한 분양 수익을 안겨줬다. 같은 기간 장남인 김대헌(31) 호반건설 부사장과 둘째인 김윤혜(28)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막내 김민성(25) 호반산업 전무가 소유한 회사들이 부모 회사로부터 넘겨받은 LH 공동택지의 분양 매출은 총 4조 1249억원, 분양 수익은 총 1조 15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용지 전매를 통한 매출, 수익 몰아주기는 김 부사장에게 특히 집중됐다. 김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호반은 이 기간 모두 9개의 공동주택용지를 김 회장과 어머니인 우현희(53)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대주주인 계열사에서 사들였는데, 이 땅에서 발생한 분양 매출이 2조 9317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8~2018년 (주)호반의 전체 공공택지지구 분양 매출 5조 8331억원의 50.3% 규모다. 아버지 회사의 땅을 받아 얻은 분양 수익만 7912억원으로 전체 분양 수익(1조 4881억원)의 53.2%였다. 건설사 관계자는 “전체 아파트 분양 매출의 절반이 아버지 회사에서 받은 사업으로 진행됐다면 명백한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공공택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막대한 이익 실현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 회사가 넘겨받은 땅은 대부분 수익성이 좋은 ‘알짜’ 공동주택용지로 분석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당시 LH 공동택지 분양 수익률은 25.8%인데, ㈜호반이 호반건설 등으로부터 매입한 땅에서 진행한 분양 사업은 수익률이 26.9%로 1% 포인트 이상 높았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벌떼 입찰과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자녀 회사에 땅을 몰아주는 것은 분명 큰 문제가 있다”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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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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