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백억 출연받은 태성문화재단, 호반 일가 ‘사익 편취통로’ 의혹

입력 : ㅣ 수정 : 2019-07-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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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 김상열 회장 일가가 만든 공익법인
호반건설서 매해 50억~150억 출연받지만
출연금 대비 목적사업 3년간 0%대 ‘쥐꼬리’
거의 자산확대 투입… 주식·건물 등 918억
이사장인 김회장 부인 계열사 3곳 등기임원
일각 “상속·증여세 회피 수단 악용 가능성”
호반건설 “합법 운영… 사유화 의도 없다”
우현희씨

▲ 우현희씨

호반건설그룹 김상열(58) 회장 일가가 설립한 공익법인인 태성문화재단이 설립 목적은 사실상 도외시한 채 자산과 규모를 키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 편법 사익(私益) 추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김 회장 일가가 상속 및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공익법인을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태성문화재단은 2004년 설립 때부터 김 회장 부인인 우현희(53)씨가 맡고 있다. 우 이사장은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호반베르디움), 호반스카이밸리 등 호반건설그룹 계열사 3곳의 등기임원으로 그룹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16일 국세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그룹은 호반건설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매년 50억~150억원을 태성문화재단에 기부출연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계열사 출연금만 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태성문화재단은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목적사업, 즉 설립 시 표방한 미술 문화 발전 및 지원 사업에 사용했다. 출연금 대비 목적사업 지출 비율은 2015년 0.25%(1263만원), 2016년 0.07%(810만원), 2017년 0.11%(1117만원)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에 목적사업 지출 비율이 4.5%(7억 3980만원)로 약간 상승했을 뿐이다. 이 같은 목적사업 지출 비율은 국내 전체 공익법인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계열사로부터 총 4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본래의 설립 목적에는 ‘쥐꼬리’만큼만 쓰고, 대부분을 인건비 등 재단운영 경상비와 자산 확대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현재 태성문화재단의 자산은 주식 219억원, 토지 200억원, 건물 450억원을 포함 총 918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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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태성문화재단이 호반에서 100억원 넘게 출연받아 목적사업비로 800만원을 쓴 해도 있다. 사실상 인건비만 내고 아무 일도 안 했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공익법인에 출연한 자산에 붙는 세금은 상속세보다 훨씬 작다. 게다가 나중에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일가 중 한 명으로 바꾸면 상속세를 안 내고 재단을 물려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을 편법증여 수단 및 사익 추구의 통로로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호반건설그룹 측은 “재단 운영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재단을 사유화할 의도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호반건설그룹의 또 다른 공익법인인 남도문화재단(이사장 윤주봉) 역시 2014년 465억원을 출연받아 3000만원만 목적사업에 투입하는 등 대부분의 출연금을 유보해 놓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남도문화재단의 자산 규모는 총 675억원에 이른다. 호반건설 광주지사장을 지낸 윤 이사장은 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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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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