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거액 기부 ‘뭇매’… 노란조끼發 불평등 논란 재점화

입력 : ㅣ 수정 : 2019-04-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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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새 1조 3000억원… 보여주기 논란
브라질박물관 기부 3억원 그쳐 ‘대조’
“대기업, 세액공제 혜택 받으려는 꼼수
세수 줄어 서민층은 비자발적 기부자”
무너진 첨탑  850여년 역사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6일(현지시간) 96m 높이 첨탑과 목제 지붕이 불에 타 무너져 내린 자리가 연기에 검게 그을려 있다. 이번 화재로 훼손된 성당의 모습을 항공 촬영한 360도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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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첨탑
850여년 역사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6일(현지시간) 96m 높이 첨탑과 목제 지붕이 불에 타 무너져 내린 자리가 연기에 검게 그을려 있다. 이번 화재로 훼손된 성당의 모습을 항공 촬영한 360도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리 AP 연합뉴스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의 ‘큰손’들이 화마로 무너져 내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앞다퉈 거액을 쾌척해 사흘 만에 모금액이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를 돌파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보수공사에는 7개월여간 110만 7000헤알(약 3억 2000만원)의 기부금만 모인 사실과 대조를 이루면서 브라질의 국가적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노란 조끼’ 시위의 여파로 불평등에 민감한 프랑스에서도 성당 복원이 결국 서민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17일(현지시간) 불에 탄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구를 위한 대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졌지만 프랑스에서는 정작 생계 위협을 받는 서민층에 대한 온정의 손길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란 조끼’ 운동의 창시자인 잉그리드 르바바세르는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기업의 관성에 대한 분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점증하고 있다”면서 “그들(대기업)은 노트르담을 위해 하룻밤 사이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기부금의 최대 66%에 이르는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정부 세수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며 결국 일반 프랑스 납세자들이 비자발적 기부자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성향인 공화당 소속의 질 카레즈 의원은 “만약 기부 액수가 7억 유로라면 2020년 정부 예산에서 4억 2000만 유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여론이 들끓자 1억 유로 기부를 약속했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구찌와 입생로랑의 모기업 케링 그룹의 소유주 피노가는 세액 공제 혜택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소액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1000유로까지 개인 기부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7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날 프랑스 전역의 100여개 성당은 지난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길이 일어난 시간인 오후 6시 50분에 맞춰 일제히 종을 울리며 노트르담의 아픔을 함께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유명 금융재벌의 미망인으로 알려진 한 여성 갑부가 지난 16일 노트르담 성당 재건을 위해 8800만 헤알(약 255억 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화재로 잿더미가 된 남미 최대 자연사 박물관인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복구에 모인 기부금은 약 110만 7000 헤알에 그쳤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박물관의 유물 90%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보수 공사에 최소 1억 헤알이 들어갈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금액이다. 브라질 SNS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과 함께 “미국이나 유럽 처럼 기부 행위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4-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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