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의 그림산책10, 끝]프리다 칼로 -그림 상처입은 사슴, 그 눈 속으로

[이호영의 그림산책10, 끝]프리다 칼로 -그림 상처입은 사슴, 그 눈 속으로

입력 2018-04-12 15:14
수정 2018-04-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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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사슴
상처입은 사슴 30cm x 22cm, 섬유판에 유채, 1946
굵디굵은 나무들 사이. 사슴 한 마리 쓰러져 있다. 온 몸에 화살이 박혀 피는 흐르고 암갈색의 눅눅한 숲 속은 정막이 가득하다. 나뭇길이 끝나는 곳에 호수가 있다. 푸른 물빛. 거기에는 평화가 있을까.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 사슴 옆을 지키고 있다. 사슴 몸에 박힌 여러 대의 화살들. 무심한 듯 정면을 바라보는 사슴의 눈빛이 외려 맑아 보인다.
꽃처럼 살래 나답게
꽃처럼 살래 나답게 Oil on masonite, 59.5 x 40 cm. 1940
‘상처 입은 사슴’ 얼굴에서 드러나 있듯이 프리다 칼로, 사슴은 그녀이다. 자화상. 자신의 삶. 여성의 삶은 사슴이 되었다. 사슴의 삶은 꽃처럼 아름답고, 평화롭기(위 그림 : 꽃처럼 살래 나답게)를 원했다. 그러나 살아가는 일, 그녀에게 삶은 상처투성이. 몸에 박힌 화살들이다. 또한 목에 걸린 가시목걸이이다. 화살이 몸에 박힐 때마다 끔찍하게 다가왔을 고통. 여기저기서 날아온 화살에 맞고 쓰러진 사슴. ‘그 사슴이 나라고, 나는 죽음 직전에 있다’고 외친다.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칼로는 어려서부터 소외된 삶, 외로움에 대한 경험들을 하며 성장한다. 여섯 살, 소아마비로 인해 절게 된 다리. 그것은 또래들에게는 놀림감이었다. 외톨이 소녀. 충격의 일은 열여덟 살 되던 해에 벌어졌다. 버스와 전동차의 충돌. 그 속에 그녀가 있었다. 중상당한 몸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림 부러진 기둥
그림 부러진 기둥 Oil on canvas. 40 x 31.1cm. 1944.
‘부러진 기둥’(위 그림)은 그 당시를 그리고 있다. 몸은 부서진 기둥을 가지고 버티는 집처럼 위험하고, 코르셋이 없으면 허물어질 것 같은 긴장 속에 있었으며, 여기저기 사방에 못을 박고 있는, 눈물 마를 길 없는 고통 속에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병실에 누워 있어야 했던 프리다 칼로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멕시코 벽화의 대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아내로 더 알려져 있었던 프리다 칼로. 리베라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리베라의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은 칼로는 그를 자신보다도 더 사랑했으며, 동시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21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그들은 결혼했고, 이혼을 했으며, 다시 결혼했다. 바람둥이였던 리베라. 리베라는 예술가로서 프리다 칼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존경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남편으로서는 무수히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했다.
떠 있는 침대
떠 있는 침대 30.5×38cm 금속, Oil paint 1932년
고통이 숙명처럼 들러붙어 있었던 그녀. 세 번의 유산.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잃는 고통. 침대에 임산부가 누워 있고, 흰 침대보는 피가 흥건하다. 여인으로부터 연결된 줄 끝에는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죽은 아이, 골반 뼈, 달팽이, 기계 장치 등이 묶여 있다(위 그림). 멀리 배경을 이루는 것은 공장의 풍경이다. 메마르고 건조하게 다루어진 생명과 기계적인 차가운 병원. 기계와 생명이 대비 속에 사산하는 산모가 있다.

‘떠 있는 침대’는 그러므로 산모를 둘러싼 관계들 속을 말하고 있다. 침대 위의 산모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것들이 연결되어진 구조 속의 여성이다. 여성이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고통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은 여성의 고통이 되고, 인간의 고통으로 확장된다.
두 명의 프리다
두 명의 프리다 캔버스에 유채, 172×172㎝, 1939
자화상은 그러므로 그녀의 현재를, 그녀의 깊은 아픔을, 그녀의 꿈을 드러내고 말을 한다. 그녀의 덕목은 아픔을 감추지 않는 것에 있다.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 라고 말을 한다. 또한 꿈을 꾼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꿈. 그것은 이중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나타난다.(위 그림) 작품을 통해 그녀는 고통을 외면하거나 숨기지 않고,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던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70년대 페미니즘의 열풍 속에 조명을 받기 시작한 프리다 칼로는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자신을 표현의 대상에 놓음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진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루브르미술관에서 작품을 구입한 최초의 멕시코 화가로 이름이 올라갔으며 1984년 멕시코 정부는 그녀의 작품을 국보로 분류하였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온통 고통 덩어리로 가득하다. 그림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나타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세계이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일반의 생각을 뒤집는다. 행복한 나라로 가기 위해서 지금의 아픔을, 상처를 드러내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녀의 작품이 아픔이면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온 몸이 화살에 박혀 쓰러져 있으면서도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과 높은 뿔 같은 당당함에 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상처 하나는 가지고 산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서 공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는 동안은 행복했다는 그녀, 프리다 칼로. 그녀는 묻는다, 당신은 오늘 평안하신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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