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간절함·경건함으로… 교황 맞이하는 사람들] “20년 전처럼 직접 뵐 순 없지만… 마음만은 간절”

[설렘·간절함·경건함으로… 교황 맞이하는 사람들] “20년 전처럼 직접 뵐 순 없지만… 마음만은 간절”

입력 2014-08-16 00:00
수정 2014-08-16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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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의 깊은 인연 소록도 신자들

전남 고흥 남서쪽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소록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소록도의 한센인 천주교 신자들에게 20년 전의 감동적인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소록도 내 한센인 천주교 신자 15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이던 1984년 소록도를 전격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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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센인 신자들의 머리를 일일이 어루만지고 손을 맞잡으며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소록도 성당 측은 “교황이 방문할 즈음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환우(한센인)들이 섬을 드나들 때 그동안 따로 이용했던 선박을 없애고 일반인들과 같은 배를 이용하게 하면서 비로소 차별이 사라지고 사회적 편견도 희석됐다”면서 “교황 방문이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은 자유와 평등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특별한 인연을 잊지 못해 교황 방한 계획이 알려진 지난해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한센인 신자가 있을 정도다. 세례명이 ‘마리아’인 이모(84) 할머니는 지난 5월 말부터 지금까지 교황의 소록도 방문을 계속 기도하고 있다. 성당 관계자는 15일 “방한 세부일정이 확정되고 소록도 성당에서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시복식 현장을 비롯해 직접 교황님을 만날 기회가 무산된 뒤에도 할머니는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본인도 ‘교황님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 수도 있다’면서도 계속 기도 중이다.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만이라도 교황님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한센인 신자들은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몸이 불편한 데다 대부분 고령인 탓에 광화문광장에서 교황 주례로 열리는 시복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성당 관계자는 “직접 교황님을 뵙지 못하는 아쉬움은 TV 생중계나 인터넷 등의 미사 영상을 함께 보면서 달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08-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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