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한국 광우병 시위… 자유 향한 모든 노력 소중”

“홍콩 시위, 한국 광우병 시위… 자유 향한 모든 노력 소중”

이슬기 기자
입력 2019-11-12 22:26
수정 2019-11-1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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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 옌롄커

“한중 경색됐던 사드 사태는 흘러간 문제
출판보다 만족할 작품 쓰는 게 더 중요”
10년 전 韓 방문때 광우병 시위 행렬 참가
자국의 불편한 이면 쓴 ‘인민을…’ 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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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옌롄커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뒤안길을 과감히 파헤치는 작가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뉴스1
중국 작가 옌롄커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뒤안길을 과감히 파헤치는 작가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뉴스1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문학에서 비평할 수 있는 영역을 넘었습니다. 제가 참가했던 한국의 광우병 시위 역시 그렇고요. 자유와 존엄을 향한 인류의 모든 노력은 소중하며, 어떤 이유든지 간에 폭력이 자행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10여년 전 한국에 온 중국 소설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 행렬과 함께 걸었다. 다시 찾은 한국에서는 고국에서 경찰의 총격에 시위대가 사망했다는 소식과 맞닥뜨렸다.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 옌롄커(61)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세계 작가와의 대화’의 초청 작가로 방한한 옌롄커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특수한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중 관계가 한동안 경색된 데는 “중국에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사드는 흘러간 문제일 뿐”이라 했고, 중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막대한 경제적 수입도 중국 14억 인구로 나누면 큰 숫자가 아니다”라고 축소했다.

옌롄커는 중국 정부가 감추고픈 사회의 이면을 그리는 데 능숙한 작가다.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권력욕, 성욕 등이 한데 얽힌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 소설이 번역 출간됐지만, 정작 중국 내에선 대부분이 ‘판매 금지’다.

“중국에서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중국에서 소설을 쓰려면 특별한 영감이 필요하지 않다”고 비틀어 말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들은 작가가 영감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보다 훨씬 복잡하다. 부단히 읽고 생각하는 한 중국에서 소설을 못 쓰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중국 작가이기에, 코소보 내전의 ‘인종 청소’를 옹호해 논란이 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를 부러워한다. “한트케는 문학적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작품을 쓴 작가입니다. 작가로서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데, 중국 작가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옌롄커는 대외적으로 중국 문학의 가장 날카로운 자리에 있고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군이지만, 스스로 아직도 만족하는 작품을 내지 못한 ‘실패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벌써 나이가 60대인 노(老)작가입니다. 저의 모든 창조력을 녹여낸 작품을 쓰는 데만 관심이 있지, 책이 중국에서 출판될지는 관심 없어요.” 금서 지정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이렇게 눙쳤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1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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