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놀며 가르친 아빠의 수학이야기

아이와 놀며 가르친 아빠의 수학이야기

입력 2012-11-03 00:00
수정 201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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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양철북 펴냄

‘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 일기’(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양철북 펴냄)는 한국 취향이다. 저자도 말해 뒀다.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수학문제집”으로 읽어도 된다고.

저자는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산하 콜모고로프 수학물리고등학교, 모스크바국립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우리로 치자면 국립과학수학영재학교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쯤 된다. 그런 그가 아들 지마에게 4년간, 딸 줴냐에게 2년간 직접 문제를 개발해 가며 수학을 가르친 내용이다. 문제, 풀이과정, 저지르기 쉬운 실수, 오답을 바로잡아 주는 아빠의 설명이 상세하다. 그 덕인지 지마는 파리6대학 수학과 교수, 줴냐는 파리8대학 영화학과 부교수가 됐다. 제목, 이야기가 완벽하다.

검증도 충분하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으로 처음엔 간단한 언론 기고문이나 세미나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게 대히트를 쳐 버렸다. 심리학자, 교육학자 등 주변 전문가들이 ‘유아 수학 교육의 고전’이라 격찬했고 책을 내라고 강권했다. 그런데 그 즈음 소련이 붕괴됐고 프랑스 보르도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이 정리된 뒤에 낸 책이다.

그다음부터는 입맛 버릴 내용이다. 저자는 ‘선행학습’을 비웃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어차피 일어날 것을 미리 추월할 필요가 없다.” 추월해서 가르쳐 봤자 왜 무용지물이 되는지 말 그대로 생생하게 밝혀 뒀다. 스파르타식 교육도 별로다. 아빠가 직접 가르쳤다지만 그 시간은 고작 1주일에 한 번, 그것도 15분에서 1시간 정도다. 이마저도 빼먹은 적이 많다. 수학문제 풀이 과정이란 것도 공식을 적용한 해법보다는 아이들 반응에 대한 아빠의 관찰 일기에 더 가깝다.

이런 태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학은 싫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는 싶다는 어느 엄마의 편지에 “파이 굽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그러면 아들과 함께 파이를 구워 보십시오.”라고 답장한다. 아들의 “커다란 지적 성장”이 나올 때는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러니까 수학자라서 수학공부를 시킨 게 아니라 수학으로 놀아준 거다. 수학책인데도 차가운 파란색 체크 무늬 셔츠보다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 따뜻한 스웨터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2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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