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병 찾는 스토리 곧 선보일 것”
와인 창고용 아파트에 지진 경보기까지“마지막 한 병 찾는 스토리 곧 선보일 것”
‘신의 물방울’의 작가 가바야시 유코(오른쪽)·신 남매가 지난달 2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가진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탄생 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필명 ‘아기 다다시’의 작품으로 알려진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 가바야시 유코(61)·신(57) 남매는 ‘원조 인플루언서’이자 ‘성덕’(성공한 덕후·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해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주인공이 전설의 ‘12사도’ 와인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신의 물방울은 2004년 첫 단행본 출시 이후 한국어, 영어, 불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1000만부가 팔리며 ‘글로벌 와인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작품에서 소개된 와인들은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유명세를 얻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프랑스 와인을 널리 알린 공으로 지난해 프랑스 정부는 둘에게 두 번째 훈장을 달아 주었다.
지난달 2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와인 토크 콘서트 참석차 방한한 두 사람은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의 물방울의 시작은 매일 밤 마시는 와인이었다”고 털어놨다. 추리물 ‘소년탐정 김전일’을 히트시키기도 한 이들은 작업 후엔 반드시 와인을 마시며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하는 ‘와인 덕후’였다. 특히 와인을 두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주고받는 등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동생 신은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와인 만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5분 만에 ‘12사도’라는 큰 줄거리를 완성했다”고 했다.
그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대성공을 거둘지는 꿈에도 몰랐다. 처음 아이디어를 받은 출판사 편집자도 “취미를 일로 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1년만 버텨 보자고 시작했는데 일본뿐만 아니라 당시 와인 시장이 크지 않았던 한국에서도 ‘대박’이 터졌다. 인기는 중화권(홍콩, 대만)과 프랑스로 옮겨갔고, 둘은 평생 마시고 싶은 와인을 실컷 마실 수 있을 만큼 부와 명성을 거머쥔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누나 유코는 이날 “연간 1000~2000병의 와인을 시음한다”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계속 와인을 마셨다. “와인은 신의 음료”라는 이들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둘은 ‘좋은 와인’이란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1000대1의 추첨 경쟁률을 뚫고 콘서트에 참석한 관객에게도 흔히 소믈리에들이 하는 ‘맛’ 묘사가 아닌 ‘이미지 묘사’를 선보였다. 가령 한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고는 “기골이 장대한 여성의 느낌이 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15년을 끌어 온 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둘은 “마지막 한 병을 찾는 스토리가 남아 있으며 곧 선보일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프랑스 보르도에 몇 차례 다녀왔다”고 했다. 어쩌면 “‘덕업일치’(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가 주는 행복이 너무 커서 쉽게 완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9-07-02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