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 ‘가문 시리즈’의 세 번째 버전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Ⅲ’(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전작의 출연진을 그대로 살려 돌아왔다. 다만 신분이 바뀌고, 비중이 달라졌다.
지역을 주름잡던 홍덕자 회장(김수미)은 손을 씻고 솜씨를 살려 김치회사 ‘엄니손김치’를 차린다. 빨간 선혈 대신 뻘건 김칫국물을 묻힌다. 상대 조직의 일당 대신 김치를 ‘썰고 담그고 묻는’ 게 일이다. 업계 1위로 탄탄대로를 걷는 중에 백호파를 향한 복수의 칼을 갈던 전직검사 명필(공형진)이 출소하고, 회사는 부도 위기까지 몰린다.
2편과 확연히 다른 참신함, 독창성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큰 그림은 달라진 것이 없다. 애정전선의 중심이 큰 아들 인재(신현준)와 열혈 검사 진경(김원희) 커플에서 둘째아들 석재(탁재훈)와 순남(신이)으로 옮겨온 것과 주요 활동무대가 보다 밝고 투명해진 정도.
한창 웃겨주다가도 감정을 추스르는 진지한 장면을 보여주고, 세련된 현재의 모습과 ‘유치찬란’한 과거 행적을 번갈아 더듬으며 감정의 강약을 조절해 지루하지 않다.
촘촘한 얼개보다는 배우 자체에 웃음 포인트가 있다. 구수하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끊임없이 뱉어내는 김수미의 홈쇼핑 출연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배우들이 복고풍으로 무척 촌스럽게 차려입고 망가질대로 망가지는 것이나, 비중이 커진 탁재훈의 뻔뻔한 말투도 웃음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2편 ‘가문의 위기’(2005년) 내용을 모른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겠다.15세 이상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