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뱐스크 민병대 주장…”육상부대·헬기 등 동원해 공격”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민병대가 장악 중인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슬라뱐스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민병대 측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민병대 관계자는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이날 새벽부터 정부군의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육상부대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격이 개시되고 나서 슬라뱐스크 시내에서 휴대전화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군의 공격은 주로 슬라뱐스크 외곽 검문소 주변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라뱐스크 민병대 지도자로 ‘인민시장’을 자처하는 뱌체슬라프 포로마료프는 민병대가 정부군 소속 헬기 2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1명을 생포했으며 1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헬기가 로켓포 공격을 가하던 중 격추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민병대 소속 대원 여러 명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도 현지발로 이날 새벽 슬라뱐스크 외곽에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한 민병대 관계자는 교전이 슬라뱐스크 외곽 몇몇 검문소 주변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군 소속 장갑차들이 슬라뱐스크로 이어지는 도로에 나타났으며 슬라뱐스크시에 대한 공격도 시작됐다고 전했다.
◇ 우크라 정부도 작전 재개 확인 = 우크라이나 정부도 슬라뱐스크에서의 대테러작전 재개 사실을 확인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새벽 4시30분에 슬라뱐스크 인근 지역에서 내무부 산하 부대, 국가근위대, 정규군 부대 등에 의한 대테러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슬라뱐스크 외곽의 검문소 9곳을 점령하고 시를 완전히 포위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일 새벽 슬라뱐스크 상공에서 순찰활동 중이던 2대의 Mi-24 공격용 헬기가 휴대용 대공포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며 “이 공격으로 2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도시들에 대한 정부군의 본격적인 진압작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분리주의 민병대는 현재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등의 10여 개 도시를 장악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이 이루어진 슬라뱐스크엔 현재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들이 민병대에 인질로 억류돼 있다.
OSCE 감시단원들은 지난달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 긴장사태 해소 합의 이행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슬라뱐스크로 이동하던 도중 지난달 25일 도시 외곽에서 무장 민병대에 억류됐다.
◇ 분리주의 세력 동부 지역 장악 확대 차단 조치 =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지난달 15일부터 동부 지역 분리주의 세력 진압을 위한 대테러작전을 개시했으나 뒤이어 17일 제네바 회의에서 이루어진 긴장해소 합의에 따라 작전을 잠정 중단했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특히 정부군의 진압 작전으로 민병대 측에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하면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보호를 이유로 군사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해 공격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교착 상태에서 분리주의 민병대가 동부 지역 도시들을 계속해 장악해나가면서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테러작전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관계자는 하루 전 동남부 지역 대테러작전 지휘권이 아바코프 내무장관에서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국가보안국장에게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1단계 대테러작전 실패의 책임을 물어 아바코프 장관의 작전 지휘권을 박탈했다면서 뒤이어 날리바이첸코 국장에게 3일까지 동부 지역의 통제권을 회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날리바이첸코는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분리주의 세력 진압에 정규군을 투입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중서부 지역에 기반을 둔 극우민족주의 단체 ‘프라비 섹토르’(우파진영) 소속 대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동원해 2일 진압 작전에 나설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가 전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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