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재판 장기화에 중국 지도부 고민

보시라이 재판 장기화에 중국 지도부 고민

입력 2013-08-26 00:00
수정 2013-08-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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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결집 조짐…젊은이들 사이 동정여론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 재판이 예상외로 장기화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보시라이 재판이 주요 사회 이슈가 되면서 해묵은 과제인 보시라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 짓고 가을로 예정된 제 18기 3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보시라이에 대해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3가지 혐의로만 기소하고 국기문란 등의 정치적 혐의나 ‘부적절한 여성관계’ 등의 여타 혐의를 불문에 부침으로써 그와 적당히 타협해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를 보였으나 보시라이가 뜻밖에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나서면서 애초의 구상이 흐트러지게 됐다.

또 보시라이 재판이 좌파들을 응집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재판정에서 기죽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모습을 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동정여론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도부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보시라이의 좌파적 정책에 동조하는 중국인들은 재판이 열리는 산둥성 지난(濟南)시에 모여 재판전부터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시라이는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정치재판 대신 공정한 재판을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글들을 인터넷에 올리며 지지자들을 규합했다.

마땅히 구심점을 찾지 못했던 좌파 세력이 이번 재판을 통해 보시라이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시라이는 좌파의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보시라이가 재판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측의 공소내용을 부정하고 적극 항변하는 모습은 중국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중국에선 피고인이 검찰의 기소내용을 순순히 시인하고 재판을 끝내는 게 일반적인 법원의 모습이다. 피고인은 항변할 경우 ‘괘씸죄’가 더해져 더 큰 형벌을 받을 것을 우려, 재판정에선 고분고분하게 죄를 인정하는 게 보통이다.

보시라이가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찰에 적극적으로 맞서자 상당수 젊은이들 사이에서 ‘역시 보시라이’라며 그의 재판 태도에 적극 동조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재판과정을 웨이보로 중계하고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언과 동영상 등을 통해 보시라이의 부패상을 드러내 그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지지를 깨뜨린다는 전략을 썼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좌파가 결집하고 젊은이들 사이에 동정여론이 생겨나는 등 ‘역효과’가 커지자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인민일보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부정하는 보시라이에 대해 “연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해방일보는 방청객의 말을 빌어 “보시라이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는 등의 태도를 보이며 피해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법제망은 법학자들의 견해를 인용,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언과 문서, 재판 내용은 보시라이가 직권을 남용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보시라이에 대한 동정여론 차단을 시도했다.

중국 지도부가 관영매체를 동원해 보시라이 공격에 나선 것은 이번 재판에 따른 여론 흐름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영매체를 통한 ‘여론전’ 외에는 보시라이 재판에 따른 ‘역풍’을 막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지도부로서는 적합한 마무리 수순을 찾아야할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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