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의의 조치” 지지했지만… 美, 이스라엘 ‘첩보 패싱’ 부글

바이든 “정의의 조치” 지지했지만… 美, 이스라엘 ‘첩보 패싱’ 부글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4-09-29 18:00
수정 2024-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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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사전협의 없이 헤즈볼라 공격
“이란 억제해 달라”며 뒷수습 요청

체면 구긴 美 관료들 “실망스러워”
바이든, 이란 직접 개입 제어 최우선
전면전 우려에 중동 병력 증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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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의 한 집결지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남부를 겨냥해 전열을 갖추고 있다. 갈릴리 EPA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의 한 집결지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남부를 겨냥해 전열을 갖추고 있다.
갈릴리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수장 제거 작전으로 미국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미국은 올 초부터 가자전쟁 휴전 협상을 주도했지만 번번이 이스라엘에 거부당했고 최근 레바논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도 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미국을 ‘패싱’한 이스라엘이 작전 직후 “이란을 억제해 달라”고 요청해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불만이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국가안보팀과 전화 통화로 중동 상황을 보고받고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시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에서 미사에 참석한 뒤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휴전을 해야 할 때”라고 답했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에 대해 “정의의 조치”라며 이스라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게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독자 행보가 이란을 움직여 중동을 전쟁 속으로 몰아넣을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에 좌절감을 안겼다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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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성에드먼드가톨릭성당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에 대해 “휴전할 때가 됐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가자전쟁 휴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궤멸을 목표로 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러호버스비치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성에드먼드가톨릭성당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에 대해 “휴전할 때가 됐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가자전쟁 휴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궤멸을 목표로 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러호버스비치 AP 연합뉴스


작전 직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에게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작전상 조처를 하고 공개 성명을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어 악시오스는 미국 관료들이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 없이 이런 일(나스랄라 제거)을 하고는 정리해 달라고 하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최소 125억 달러(약 16조 4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해 왔다. 극렬한 반이스라엘 시위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채 휴전안 타결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위로 돌아간 꼴이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와 이미 불화 관계인 바이든의 영향력이 역대 최저로 보이는 순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의문만 더 제기된다”고 짚었다.

아랍아메리카연구소의 제임스 조그비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의 ‘수동적 조력자’였다”고 꼬집었다.

중동 상황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타격이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의 직접 개입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 제어를 중동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중동 지역에 병력 증파를 검토하고 나섰다.
2024-0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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