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말바꾸기…정치헌금→은행융자→개인자금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7) 민주당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 23일 검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해명에 나섰으나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24일 현지언론은 오자와 간사장이 자신에게 쏠린 정치자금 의혹을 직접 설명하고 결백을 주장했으나 해결된 문제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4시간30분에 걸친 오자와 간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정밀 분석하고 이미 체포된 전·현직 비서 3명의 진술 내용, 건설업계에 대한 조사, 압수수색 자료 등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풀리지 않은 의혹
검찰의 수사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가 오자와 간사장으로부터 4억엔을 빌려 2004년 10월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택지(3억5천만엔)를 구입한 뒤 이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실을 오자와 간사장이 사전에 인지했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오자와 간사장이 리쿠잔카이에 빌려준 4억엔의 출처다.
이에 대해 오자와 간사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4억엔을 리쿠잔카이에 빌려준 것은 맞지만 토지 매매과정이나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기재는 실무자인 비서들에게 모두 맡겼으며 자신은 사전에 보고받거나 협의 또는 지시한 바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4억엔의 출처에 대해서는 1985년 매각한 주택대금 2억엔, 1997년 가족명의 계좌로부터 인출한 3억엔, 2002년 가족명의 계좌로부터 인출한 6천만엔 등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개인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개인자금 5억6천만엔 가운데 리쿠잔카이가 토지를 매입한 2004년 10월 당시 4억 수천만엔이 남아있었으며 이를 리쿠잔카이에 빌려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현금자산 거의 모두인 4억엔을 빌려주고 이 돈이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어떻게 기재됐는지 실무자들과 전혀 상의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또 거액의 현금을 은행에서 찾아 개인사무실 금고에 장기간 보관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주택매각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의 출처도 불투명하다.
오자와 간사장은 리쿠잔카이의 택지 매입 자금과 관련 2007년 2월에는 ‘정치헌금’이라고 말했다가 작년 10월에는 ‘정기예금을 담보로 은행융자를 받은 것’이라고 정정했으며 지난 16일 당 대회때는 ‘모아둔 개인자금’이라고 말을 바꿨다.
리쿠잔카이가 오자와 간사장으로부터 택지를 구입한 직후 곧바로 오자와 간사장의 다른 정치단체들로부터 4억엔을 거둬 이를 담보로 오자와 간사장 명의로 4억엔을 은행에서 융자받은 뒤 이 돈을 2007년 오자와 간사장에게 돌려준 복잡한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검찰은 이런 복잡한 금융거래가 토지구입 자금에 흘러든 건설업체의 뇌물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공작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미즈타니(水谷)건설은 오자와 간사장의 지역구에 있는 이사와댐 건설공사 하청 사례금으로 2004년 10월 중순 당시 리쿠잔카이의 회계담당자였던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36) 중의원에게 5천만엔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미즈타니가 돈을 건넨 시기는 공교롭게도 리쿠잔카이가 토지를 구입하기 직전이며 미즈타니건설이 돈을 건넨 다음 날 5천만엔이 리쿠잔카이 계좌로 입금됐다.
이에 대해 이시카와 의원은 물론 오자와 간사장도 미즈타니건설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물증찾기 주력
각종 자금 의혹에 대해 오자와 간사장이 전면 부인함에 따라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오자와 간사장의 전·현 비서이자 리쿠잔카이의 회계에 관여한 오쿠보 다카노리(大久保隆規.48) 공설제1비서,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36) 중의원, 이케다 미쓰토모(池田光智·32) 사설비서 등 3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으나 이들 모두 오자와 간사장의 개입을 부인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한 혐의는 이시카와 중의원이 2004년 택지구입 당시 오자와 간사장으로부터 빌린 4억엔을 2007년 오자와 간사장에게 돌려준 사실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를 이케다 사설비서도 알고 있었다는 정도다.
오자와 간사장이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하는 현금 4억엔의 출처에 대해서도 미즈타니 건설 간부가 돈을 건넸다는 정황증거만 있을 뿐 확실한 물증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근 이사와댐 건설에 참여한 건설업체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 물증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일단 이시카와 중의원 등 전·현 비서 3명의 구속은 1차 시한이 25일이며 구속을 10일 연장한다고 해도 2월 4일까지다.따라서 이 기간에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은 수사를 이 상태로 종결하느냐 아니면 추가 조사를 해야 하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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