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외 흡연피해, 담배회사 책임없다”

“원고외 흡연피해, 담배회사 책임없다”

이순녀 기자
입력 2007-02-22 00:00
수정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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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피해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의 ‘징벌적 배상’ 요구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당사자 이외의 일반 흡연자들의 피해에 대해서까지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향후 제약회사나 자동차회사 등 다른 제조사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USA가 흡연으로 숨진 사망자의 미망인에게 손해배상금 이외에 징벌적 배상금으로 7950만달러(약 746억원)를 지급하라는 오리건주 대법원의 판결을 5대4로 파기, 환송했다.

징벌적 배상금(punitive damages)은 제조사가 고의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일반 손해배상금 외의 추가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토록 하는 제도다.

다수의견을 낸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일반 흡연자의 피해에 대해서까지 처벌하는 것은 징벌적 배상에 대한 기준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오리건주 주민 마욜라 윌리엄스는 45년간 하루 두갑씩 말보로 담배를 피운 남편이 지난 97년 사망하자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80만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오리건주의 법 제한에 따라 52만달러를 지급받은 원고는 이어 99년 징벌적 배상금으로 흡연피해 소송 사상 최대 액수인 1억 3000만달러를 청구했고, 이에 대해 오리건주 대법원은 지난해 6월 79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필립모리스측은 이번 결정이 배심원들에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 발생한 피해만 처벌토록 해야 한다는 것을 보증한 것이라며,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정하게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방대법원은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필립모리스가 제기한 징벌적 배상금의 과다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필립모리스는 징벌적 배상금이 일반 보상금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마욜라 윌리엄스가 제기한 징벌적 배상금은 일반 보상금의 97배에 달한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이날 미네소타주 정부가 담배 1갑당 75센트의 건강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필립모리스와 RJ레이놀즈 등 담배업계가 2005년 담뱃값 건강기금을 부과한 미네소타주 정부를 상대로 낸 위헌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7-02-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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