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선우는 감기 기운에 잠시 쉬다가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온갖 검사와 치료를 다 받았지만 원인은 명쾌하지 않았고, 바이러스 뇌염으로 인한 간질중첩증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이다. 간질중첩증은 의식 회복을 하지 못한 채 경련을 30분 이상 지속하는 현상으로 뇌 손상과 더불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여섯 달 동안 수면 유도 상태로 발작을 멈추기 위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와중에 선우 아빠는 간암으로 투병하다가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가족들은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적은 있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백약이 무효이던 선우의 병세가 아빠의 죽음 이후 갑자기 좋아졌다. 물론 선우는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발작은 멈췄고, 뇌세포들은 회복이 시작됐다. 희귀질환자들이 당면한 문제는 언제나 감당 불능의 ‘돈’이었다. 한 달 병원비 자부담금만 700만원이다.
함께 초등학교 졸업 앨범 사진 촬영까지 했지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선우를 위해 친구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친구들은 선우를 위해 그동안 학교 내 바자회와 모금운동 등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도움을 청하기 위해 편지를 써 각 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어린이재단 등이 선우를 돕게 된 것 또한 6학년 1반 친구들의 역할이 컸다. 친구들이 보낸 진심과 열정이 선우에게 와 닿은 듯 의식불명 중 첫 번째 눈물을 흘리는 기적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
SBS는 10일 오후 5시 30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안타까운 선우의 사연과 선우 친구들의 진심 어린 우정을 소개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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