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담도, 문정인, 국적포기

[사설] 행담도, 문정인, 국적포기

입력 2005-05-27 00:00
수정 2005-05-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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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개발 의혹에 연루된 유력 인사들의 해명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 국가의 정책수행 절차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본에서 시작해 공직자로서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어이없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해명하면 할수록 도리어 의혹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행담도 파문이 단발성이 아님을 알려준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러 곳에 유사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집권 3년차 총체적 위기를 막으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S프로젝트가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하나로 정교하며, 대규모이고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포함한 범정부 지원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S프로젝트 자체가 나쁘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렇듯 좋은 구상이라면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했다. 행담도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S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불공정 계약에서 시작해서,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정부 차원의 지원약속을 멋대로 한 것 등 납득되지 않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동북아위가 사기업인 행담도개발㈜과 체결한 사업협력양해각서(MOU)도 정상적이지 않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무슨 근거로 개입했는가. 정권 실세들이 업무범위를 넘어 사기업에 편법적 특혜를 주도록 앞장서 놓고,“좋은 뜻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데 국민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다.

문정인 위원장의 공직관은 사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대변한다. 그의 장남은 지난 1월 한국국적 상실신고를 했다.1998년 미국 시민권 취득과 함께 우리 국적을 가질 자격이 없어졌으나 신고를 뒤늦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초 행담도개발(주)에 취업했다. 문 위원장은 이런 과정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변명하다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아들의 미국국적 취득, 병역 면제, 국내 유관기업 취업…. 언론의 지적이 있기까지 고위공직자로서 문제점을 못 느꼈다면 그 불감증이 대단해 보인다.
2005-05-2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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