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잘 가꾸자 ‘수원 더비’/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잘 가꾸자 ‘수원 더비’/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임병선 기자
입력 2016-05-11 18:08
수정 2016-05-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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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경기 수원에 있는 화성행궁을 찾았다. 따듯한 오월 햇살 아래 행궁 뒤편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에 오르느라 땀 좀 흘렸다. 건너편 광교산 자락 끄트머리에 똬리를 튼 수원월드컵경기장과 화서문 너머 수원종합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끄럽게도 난생처음 이곳을 찾은 이유는 14일 오후 5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10라운드 ‘수원 더비’를 앞둔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축구 취재 때문에 두 운동장을 간간이 찾았지만 화성과 팔달문 등을 찾은 것이 너무 늦었다는 자책이 들었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칭)를 떠나 수원종합운동장 쪽으로 1번 국도를 따라 달리니 길 양쪽에 두 구단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33년 K리그 역사에 첫 지역 라이벌전이란 역사적인 의미가 손에 잡힐 듯 전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국도를 벗어나 종합운동장 쪽으로 접어들어야 비로소 수원 더비를 알리는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두 구단은 12일 수원FC의 든든한 후원자인 수원시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경기에 사용되는 공도 특별 제작하고, 수원FC는 수원 더비의 심벌과 날짜 등을 새겨 넣고 경기 뒤 수원시청에 전시할 예정이다.

축구계 안팎에서의 기대는 작지 않지만 회의적인 시선 역시 만만찮은 것 같다. 승강제 도입 등 최근 돌파구를 연이어 모색하고 있지만 그라운드에 등을 돌리는 관중들을 불러 앉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 지역 라이벌 구도는 K리그의 스토리 갈급을 해소할 대안으로 여겨진다.

요즈음 정치인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프로축구를 자신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축구 기자들이 국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워낙 관중 기반이 허약해 이들의 ‘부채질’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짐작한다.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처럼 수원 더비가 혁명적으로 자리를 잡으리라고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EPL만 해도 100년 이상의 클럽 문화가 뿌리내려 지금의 더비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 모기업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었던 수원 삼성이 효율성이란 잣대 아래 허리띠를 졸라매는 반면 10여년 전 수원시청팀에서 출발한 수원FC가 지자체 지원을 업고 형님처럼 구는 상황에 수원 더비가 첫발을 뗀다는 점이다. 두 구단 모두에 수원 더비가 ‘효율’과 ‘뒷배’의 의미와 문제점을 곱씹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챌린지 준우승으로 클래식에 얼굴을 내민 수원FC의 조덕제 감독은 강팀을 만나서도 화끈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고 참패 수모를 견뎌 내고 있다. 조 감독은 “막내 구단답게 명확한 팀 색깔을 가지고 경기를 펼친다면 많은 감동을 선사하면서 좋은 결과도 끌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두 팀의 홈 구장 거리는 4㎞가 안 되지만 팀 컬러가 확연히 구분될수록 더비는 흥미를 더할 것이다.

마침 올해는 화성 완공 220주년이며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두 구단은 물론 수원시까지 수원 더비를 관광 자원으로 가꾸는 데 머리를 맞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bsnim@seoul.co.kr
2016-05-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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