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부족한데… 産銀만 쳐다보는 구조조정

‘실탄’ 부족한데… 産銀만 쳐다보는 구조조정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04-25 23:12
수정 2016-04-2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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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한꺼번에 떠안아 부담 李회장 구조조정 능력도 미지수

전문가 “산은 자회사부터 매각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가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부실 채권이 산은에 쏠리면서 건전성은 물론 구조조정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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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3개월 이상 연체 채권(고정이하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7조 3269억원으로 2014년 말 3조 781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날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여신과 회사채 등을 포함하면 다음달 고정이하 여신은 8조원대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산은의 고정이하 여신 비중은 5.68%로 전체 은행 평균(1.71%)의 3배에 이른다.

산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4.28%로 금융감독원 지도비율(10%)보다 훨씬 높다”고 자신하지만 향후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으면 해당 비율은 순식간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덩치가 큰 대기업 부실여신이 많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산은은 올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기업집단 중 12개(30.7%) 기업집단의 주채권은행이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 업무의 쏠림 현상과 산은의 소화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기업 부실 문제를 산은이 도맡아 처리하는 지금의 구도가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동걸 신임 산은 회장이 은행과 증권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라지만 기업 구조조정 관련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 회장이 취임할 때부터 ‘낙하산’ 논란과 함께 가장 걱정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한 금융권 구조조정 전문가는 “기업 구조조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결단의 순간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교수 출신의 홍기택 전임 회장 때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이 회장이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산은은 ‘기우’라고 반박한다. 산은 관계자는 “천문학적 수준의 자금이 동원된 외환위기 때는 산은이 감자 후 증자라는 카드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면서 “(구조조정) 실탄도 전문인력도 충분한 만큼 당장 증자 등의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이 자회사로 편입한 회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며 “이를 먼저 매각해 스스로 자본확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 매각 등의 자구책을 쓴 뒤에도 실탄이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정부 지원책을 찾아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6-04-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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