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계약 직전 1천만∼2천만원 올려 거래 중단DTI·LTV 완화로 “대출 늘려 버티자” 사례도 나와전세입자 매매 전환 늘어…휴가철 이후 거래 본격화될 듯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 (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서울·수도권 아파트 곳곳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수개월째 팔리지 않던 주택이 거래되는가 하면 계약 직전에 집주인이 호가를 올려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이 끝나는 이달 중순 이후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 매도자 “지금 안팔겠다” 거래 무산…대출 늘려 버티기 전략도
3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LTV·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계약 직전에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3단지 112㎡형의 경우 7억6천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7억8천만원으로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지난 1일에 거래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집주인이 휴가철 이후까지 기다려보겠다며 계약을 취소했다”며 “요즘 매수자가 나타나면 그 즉시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거래가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상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상도동 이희지부동산의 이희지 대표는 “ LTV·DTI 등 규제가 풀리면서 실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데 막상 집을 보러 가면 집주인들이 그 자리에서 호가를 1천만∼2천만원씩 올려버린다”며 “매수자들이 따라 가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도망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계약 전 거래 취소는 전형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 109㎡ 역시 매매가격이 계단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7월초 대비 500만원 오른 5억9천500만원에 거래가 되자 7월말 곧바로 6억원으로 호가가 상승한 뒤 8월 들어서는 6억1천만∼6억3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8월 중순 이후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매도자들은 물건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은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DTI·LTV가 확대되자 기존에 담보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으로 매도를 고민했던 사람이 추가 대출을 받아 좀 더 버텨보겠다는 경우도 나타났다.
전세 1억8천만원을 끼고도 5억5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를 구입했던 A씨는 최근 대출 상환 압력에 집을 팔려 했다가 LTV·DTI 완화로 대출 가능 금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자 매도를 취소했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대출을 받아 좀 더 버티면서 집값이 고점에 달했을 때 팔겠다는 계산”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달 중순 추가 금리 인하도 예고돼 있어 이런 현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7월 거래량 2009년 이후 최고…”휴가철 지나면 본격 증가 기대”
중개업소들은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되면 이달 중순 이후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던 사람들이 상당수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며 구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특히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끼며 집을 사려고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이번 대출규제 완화로 주로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 전환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택 거래량은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부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총 6천142건으로 지난 6월(5천188건)에 비해 18.4% 증가했다. 7월 거래량으로는 2009년 7월(9천5건) 이후 최고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일번지공인 김찬경 대표는 “잠실 엘스 109㎡의 경우 지난달 2천만∼3천만원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달 중순 이후면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아파트 108㎡도 두달 전까지 5억8천만∼5억9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6억원을 넘어서 6억2천만∼6억3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분당 서현동 해내밀공인 이효성 대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확실히 매수 문의는 증가했는데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면서 거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우리공인 박상덕 대표는 “여당의 재보선 승리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생겼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가 늘더라도 가격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도를 봐야겠지만 임대소득 과세 등 악재가 있어 투자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만큼 과거처럼 과열 현상을 보이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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