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른다며 고정금리 권하더니…5년간 2.0%P 떨어져

금리 오른다며 고정금리 권하더니…5년간 2.0%P 떨어져

입력 2016-06-19 10:58
수정 2016-06-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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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2억원 고정금리 대출받았다면 약 800만원 손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42)는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에 집을 장만하면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연 3.7%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20년 만기(거치기간 2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이었다.

당시 변동금리 대출 금리는 연 3.17%로 고정금리보다 낮았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곧 올릴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올라갈 것이라는 대출 담당 직원의 권유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을 결정했다.

매달 56만1천667원씩 대출 이자를 갚아나가던 A씨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낙담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금리는 현재 시장금리인 2.83% 수준으로 내려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A씨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현재 월 이자는 47만1천667원으로 고정금리 대출보다 9만원 가량 적다.

특히 내년부터는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과 이자를 같이 상환해야 한다. A씨의 원리금 상환액은 월 123만6천239원이다.

만약 변동금리로 받았다면 원리금 상환액은 118만2천764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대출 갈아타기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금리 가장 높을 때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부가 고정금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2011년 6월부터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시 5% 수준에 불과하던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의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늘리기로 했다.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였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준금리를 2.0%까지 낮췄다가 2010년 7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4개월 주기로 2011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3.25%까지 올렸다.

한은이 이른바 출구전략이라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금융당국도 고정금리가 대출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알리기 시작했다. 은행에 해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주며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했다.

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유도했다.

시중은행 강남 영업지점의 한 대출직원은 “2~3년 전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기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고정대출 특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1년만 해도 5%에 불과하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약 37%까지 늘었다.

하지만 그사이 다시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5년 동안 2.0%포인트(p)가 떨어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폭으로 움직였다면, 정부 말을 듣고 5년 전에 2억원을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변동금리에 비해 5년 동안 약 800만원을 손해본 것으로 추정된다.

◇ 신규 대출자, 무작정 변동금리 결정말고 금리 따져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은 변동금리를 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은행들이 고정금리 권고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금리를 많이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추이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낮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오히려 현재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더 낮은 상품도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은 10년이 넘는 긴 기간 빌려야 하므로 경기가 다시 좋아져 금리가 올라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리 수준에 만족하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도 안전한 선택이다.

실제로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고정금리 대출로 원리금 상환액을 정확하게 정해놓는 것이 개인 자산관리에도 편하다고 조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나중에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전략도 추천한다.

많은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려고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은행들이 언제 다시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겠다고 마음을 바꿀지 몰라 위험 부담이 있다.

또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져 갈아타다가 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기존에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 중 대출을 갈아타려는 사람이라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보통 대출 원금의 1.2~1.5% 정도지만, 3년간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3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또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으로 요즘 대출 상품은 대부분 거치기간이 없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우므로 대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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